[일요신문] 자살을 기도하던 남성을 살려내고 보니 아들의 살해 용의자였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28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에서 발생했다.
회사원 A 씨(40)는 이혼 뒤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중학생 아들 B 군(15)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올해 초 A 씨는 과거 교도소에서 알게 된 C 씨(36)가 거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빌라의 방 한 칸을 내주고 함께 지냈다.
하지만 A 씨의 선행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28일 오후 5시 30분경 B 군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담임교사의 연락을 받은 A 씨는 아들을 찾으려 서둘러 귀가했다. 집에 들어오니 C 씨의 방안에서 매캐한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A 씨는 119에 신고를 하고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C 씨에게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구급차로 병원에까지 동행하며 A 씨는 C 씨를 보살폈다. A 씨의 발빠른 대처 덕에 다행히 C 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화제사고로 경황이 없어 잠시 잊고 있던 아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이 A 씨에게 전해졌다. C 씨를 구하고 있던 당시 B 군은 방 안에서 숨진 채 이불에 덮여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아들의 유력한 살해 용의자는 바로 C 씨였다.
경찰은 27일 밤 B 군과 함께 있던 친구들이 “오전 4시께 술에 취해 들어온 C 씨가 함께 자고 있던 B 군을 다른 방으로 불러냈고, 이후 B 군이 맞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날이 밝자 C 씨는 B 군의 친구들에게 “집을 나가라”고 말했고, 친구들은 서둘러 집을 나오는 바람에 B 군을 살피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C 씨가 B 군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윤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