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최규성 당시 민주당 의원 등은 독립 기관인 해양안전교통공단을 신설해 운항관리업무를 맡기는 내용의 해사안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11년 11월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폐기돼 상임위조차 상정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대신 해양안전전문기관을 설립해 선박운항 안전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이명박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반대해 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사진=한나라당 당사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시 전문기관이 신설됐다면 체계적인 안전관리로 세월호 침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화물 과적과 평형수 부족이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감독을 위임받은 해운조합 운항관리자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해경에겐 해운조합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의해 좌초된 이 개정안은 ‘이익단체가 운항을 관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기관인 해양교통안전공단이 운항관리자를 선임하고 관리감독을 해경으로 일원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가 해운조합을 적극 옹호하면서 전담기관 설치는 무산됐다.
일례로 김희국 당시 국토부 2차관은 2011년 11월 국회 국토해양위에 출석해 “해운조합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법제 사이드에 넘길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역대 해운조합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국토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법안 통과를 방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또한 해당 업계에서는 당시 해운업체와 ‘해피아’의 로비 때문에 법안이 폐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당시 법안 폐기에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가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현기환 의원(현 새누리당)은 법안을 “죽여야 한다”며 폐기를 주장했고,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해운조합을 옹호했던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야 뒷북대책을 내놓으며 “해운조합을 선박 안전관리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정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