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삼성의 갤럭시 S5를 포함한 최신 스마트 기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2분기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실적 개선 쪽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나대투증권의 리서치보고서는 가전사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개선을 전망하면서도, IM부문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찍었다. “이익의 핵심 사업부인 IM부문은 산업의 환경이 중저가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이익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듯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부문에 대한 수익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현안이다.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삼성전자의 장애물은? 부품 비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가 핵심 사업인 모바일부문 수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큰 장애물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로 기기 안에 들어가는 부품 비용의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 판매에 돌입한 ‘갤럭시 S5’의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용을 낮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그게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WSJ>는 시장조사업체 IHS의 자료를 인용해 32기가 메모리를 탑재한 갤럭시 S5의 제조원가가 251.52달러인데 반해 애플 ‘아이폰 5S’는 207달러라고 전했다. 갤럭시 S5의 제조원가를 높이는 요소로 심박수 측정 센서와 지문인식기를 포함해 약 10개의 센서, 전문가용 수준의 카메라가 지목됐다.
그러는 사이 애플은 지난 24일 깜짝 실적을 내놓아 시장을 흔들었다. 한국의 1분기와 같은 기간인 올해 1∼3월 애플은 매출액 456억 달러(46조 9800억 원), 영업이익 136억 달러(14조 100억 원)를 올려 영업이익률 29.8%를 기록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회기가 달라 1∼3월이 2분기에 해당한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14%포인트(p)다. 당초 2011년 1∼3월 애플이 4배 넘게 높았던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지난해 4∼6월과 7∼9월 10%p 이내로 좁혀졌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16%p 이상 차이로 또 벌어졌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이번에 전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비교적 견조한 성적표를 올리면서 영업이익률 격차가 14%p 차로 좁혀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수익률 제고를 위한 묘수를 내지 않는 한 애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LG전자의 사정은 삼성전자보다 더 심각하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액 14조 2700억 원에 영업이익 504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3.5%를 찍었다. 단순비교하면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비해 매출액은 약 4배, 영업이익은 17배, 영업이익률은 4.5배 수준이다.
지난해 열린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2’ 출시기념 행사 모습. 연합뉴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자웅을 겨루던 회사임을 감안하면 시장 내 위상 추락이 심상치 않다. 비록 LG전자가 이번에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12%로 2배 이상 증가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휴대폰부문의 열세를 만회하지 않는 한 시장 내 평가를 뒤집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IM부문에서만 6조 4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체 영업이익의 75.5%를 차지한 반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8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도 삼성전자는 8900만 대로 LG전자 1230만 대를 압도했다.
다만 가전부문에서 챙긴 LG전자의 ‘실속’이 희망적이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부문은 1분기 매출액 11조 3200억 원에 1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LG전자의 홈엔터테인먼트(HE), 홈어플라이언스(HA), 에어컨·에너지솔루션(AE), 3개 사업본부는 매출액 8조 8900억 원, 영업이익 44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삼성전자가 많지만, 영업이익률은 LG전자가 4.9%로, 1.7%인 삼성전자를 크게 앞선 것이다.
LG전자는 2분기에 울트라 HD(고화질) TV 수요가 중국을 중심으로 지속 증가 추세인 만큼 신 모델 마케팅 활동과 전략 유통 협력을 강화해 매출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사업부문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인 ‘G3’ 출시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대응을 위한 ‘L시리즈3’의 본격적인 출시를 통해 매출 확대와 수익성 제고를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휴대폰부문에서 삼성전자와 비교될 정도로 올라선다면 글로벌 IT기업의 판도가 한국 중심으로 완전히 옮겨올 것”이라며 “2분기에 브라질 월드컵 특수를 맞아 글로벌 TV 시장의 경쟁이 가열될 텐데 두 회사의 경쟁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