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개발한 세차 걱정 없는 소형차 ‘노트’의 시범주행 모습이다. 사진출처=유튜브 닛산유럽 채널 영상 캡처
‘세차의 종말? …’이란 제목으로 다뤄진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셀프 클리닝 기능을 지닌 자동차 특수코팅 기술을 닛산이 최초로 개발해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닛산유럽이 유튜브에 올린 ‘셀프 클리닝 카’ 테스트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에는 닛산의 소형차 노트(Note)가 등장하는데, 차체의 절반(왼편)은 일반 자동차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나머지 절반(오른편)에는 ‘셀프 클리닝’ 기능의 특수 페인트로 코팅을 한 상태다. 한 운전자가 이 노트를 타고 숲길과 흙탕물 위를 달린다. 주행 후 노트의 외면은 마치 만화영화 캐릭터 ‘아수라 백작’처럼 왼편과 오른편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일반 페인트를 칠한 왼편은 흙탕물과 이물질로 지저분한 모습이나, 특수코팅한 오른편에는 차체에 이물질이 거의 없이 깨끗한 모습이다. 이어 ‘닛산 노트, 세계 최초의 셀프 클리닝 자동차’라는 자막이 뜬다.
어떻게 이런 기능이 가능할까. 닛산 측에 따르면 비밀은 바로 ‘나노 페인트 기술’에 있다.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단위로, 흔히 원자나 분자 단위를 다루는 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닛산이 개발한 나노 페인트는 차 표면과 외부 환경 사이에 얇은 공기 보호층을 형성하는데, 이 층이 물을 밀어내고 흩어지게 하는 초소수성(super-hydrophobic)과 기름에 강한 내유성(oleophobic)을 지녀 흙탕물이나 검댕 등 이물질이 차 표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 닛산 측은 이 나노 페인트를 ‘울트라에버 드라이’(Ultra-Ever Dry)라고 이름 붙이고 향후 세차의 불편함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덜어줄 것이라고 평했다.
이 같은 나노 페인팅 기술은 이른바 ‘연꽃 효과’를 응용한 것이다. 비 올 때 연잎에 떨어진 빗방울은 잎을 적시지 않고 그냥 흘러내리고 만다. 연잎의 표면이 초소수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연잎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수많은 나노 돌기로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무수한 나노 돌기 덕분에 물과 닿는 면적이 극도로 적어져 물방울이 그냥 흘러내리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닛산은 이 같은 연잎 효과를 응용한 나노 기술로 초소수성 등을 지닌 특수 페인트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사실, ‘셀프 클리닝’ 기능을 지닌 페인트의 개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 연구팀은 손상 입은 표면을 일정 부분 스스로 보수, 유지하는 기능을 지닌 코팅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코팅 기술에 방수성을 높이면 자체 세차가 가능한 자동차도 나올 수 있다는 게 당시 평가였다. 영향력 있는 과학저널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자동차의 경우는 아니지만, 건물 외벽의 코팅 제품 중에서 ‘셀프 클리닝’ 기능을 지닌 것도 있었다. 자외선을 쬘 경우 활성효소가 발생해 오염물을 분해하는 이산화티탄의 성질을 응용한 제품이었다. 어찌 보면 ‘셀프 클리닝’ 코팅의 원리와 기술적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던 셈이다.
닛산은 나노 페인트 기술을 발 빠르게 자동차에 접목함으로써 ‘셀프 클리닝’ 자동차를 탄생시켰다. 앞으로 내놓는 ‘노트’ 새 모델에는 옵션으로 ‘울트라에버 드라이’ 코팅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진다. 코팅 비용은 750달러(약 77만 원)선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셀프 클리닝’ 자동차의 출현으로 ‘세차 시대’는 서둘러 막을 내리게 될까.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울 듯하다. 일단 셀프 클리닝 자동차의 대중화 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코팅만으로 차체를 모두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 닛산 측의 ‘셀프 클리닝’ 자동차 시험주행에서도 보듯, 자동차에는 일괄 코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자동차 앞면의 그릴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차 표면의 코팅만으로 도로주행 때 그릴, 휠 등에 끼는 이물질이나 먼지까지 제거하기는 힘들기에 어차피 세차는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결국 향후 소비자의 평가가 세차의 운명뿐만 아니라 셀프 클리닝 자동차의 미래를 좌우할 듯하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