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별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사실 조한별 기수는 마사고 출신으로 데뷔 초만 해도 동기들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기수였다. 실제로 그는 새벽훈련 때 말을 조련하는 모습이나 실전에서의 말몰이도 신인 티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능숙해 보였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나서자 다른 동기들에 많이 밀렸다. 이미 40승을 훌쩍 넘기며 ‘수습딱지’를 뗀 ‘슈퍼 신인’ 이찬호에겐 물론이고 권석원이나 김태훈한테도 밀렸다. 그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져 아직 우승횟수에서 이들에게 뒤져 있다.
사실 그동안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조 기수가 어중간한 인기마를 타고 나오면 십중팔구는 지우는 쪽을 택했다. 출발을 잘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후미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경주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인이 너무 멋을 부리려 한다’ ‘신인답지 않게 과감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을 자주 받았다. 일부에서는 마방의 성향과 연관 지어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방을 54조에서 21조로 옮긴 이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행을 나서지 못하면 뒤로 밀리곤 했던 과거의 스타일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경주마의 질주습성에 맞게 다양한 작전을 잘 소화하고 있다. 때로는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때로는 침착하게 따라가면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제사 조한별이가 경주에 눈을 떴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한별 기수는 현재 314전14(1위)/29(2위)/23(3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5승 2위9회 3위7회가 올 들어 거둔 성적이다.
김옥성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하지만 최근 그의 말몰이를 보면 절박하고 결사적이다. 한때 전매특허였던 중반 이후 무식하게 밀어붙이던 ‘외곽무빙’ 스타일도 최근엔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자제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이 그를 이처럼 절박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의 짐작으로는 영예기수의 조건인 500승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올 들어 김옥성 기수의 성적은 128전5/12/11로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타는 말이 대부분 부진마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용면에선 괄목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입상시킨 말의 인기순위를 봐도 알 수 있다. 왕주먹(인기6위), 라이크더선(4위), 퀸피코(6위), 블랙펄(5위), 중문사랑(4위) 등이 최근 이변을 일으킨 말이다.
조한별과 김옥성 기수는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선 모든 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과 아직 이들의 활약상이 덜 알려져 있어 배당면에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경마는 한 마리만 맞춰선 큰 배당을 기대할 수 없다. 두 마리 혹은 세 마리를 맞추는 게임을 해야만 좋은 배당을 맛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두 기수를 다른 인기 기수들과 잘 엮어보길 권하고 싶다.
김시용 프리랜서
일본서 산 민간 씨수말 스피큘 잔디보다 모래에 강한 ‘오빤 한국 스타일~’ 일본에서 활약했던 경주마 스피큘(마령14세)이 씨수말로 녹원목장에 수입됐다. 현역시절 뛰어난 성적과는 달리 일본에서 후대성적은 2011년 리딩사이어 72위, 리딩사이어 2세마부문 85위에 오른 게 고작이다. 잔디주로가 많은 일본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모래주로에 강한 면모를 보인 데다 혈통이 우수해 국내에선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스피큘은 마체중 500kg대의 덩치마로 생김새는 앞쪽의 중심이 조금 낮다. 왕년에 좋은 활약을 했던 쾌도난마 등이 이런 체형이었는데 대체로 단거리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스피큘의 현역시절 성적은 10전 7승 2위1회다. 이 가운데 2승이 블랙타입 경주였고, 평균우승거리는 1643미터다. 수득상금은 8563만 엔. 3세 때 데뷔한 이후 4세 때 경주력이 완성돼 5연승을 달리며 기량이 일취월장하던 중 훈련 때 입은 부상(오른쪽 앞다리 골절상)으로 때이르게 은퇴했다. 특히 모래주로에선 7전 전승을 거둬 국내 경주로에 더 적합한 씨수말로 평가받고 있다. 기록면에서도 상당히 양호하다. 1400미터 1분23초대, 1700미터 1분46초대, 1800미터 1분50초대(모두 모래) 등으로 주파했다. 특히 1800미터 기록은 은퇴 직전에 경주력이 급상승했던 시점에서 보인 압도적인 기록 단축이었다는 점에서 ‘부상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었다. 혈통면에선 국내 어떤 씨수말 못지 않게 막강하다. 95년부터 2005년까지 11회 연속을 포함, 통산 13회나 일본 리딩사이어에 오르며 일본경마를 선진국대열에 올려놓은 씨수말 선데이사일런스가 부마다. 선데이사일런스는 89년 3세 챔피언에 오르면서 연도대표마를 지내는 등 미국에서 활약했던 현역시절 블랙타입경주 7승 2위2회를 포함, 통산 14전 9승 2위5회를 기록했다. 은퇴 후엔 ‘21세기 최고경주마’ 순위 31위에 랭크됐다. 모계 쪽도 주목할 만하다. 모마인 크래프티 와이프는 미스터프로스펙터의 손녀이자 크래프티프로스펙터의 딸이다. 주로 단거리에서 활약하며 22전7/3/1 (블랙타입 6/3/1)의 성적을 거두며 약 23만 6000달러를 벌어들였다. 자마들 성적도 아주 좋다. 스피큘을 포함해 블랙타입 우승마(SW) 세 마리, 2~3위 입상마(SP) 두 마리를 배출했다. 자마들의 거리 적성도 전천후라 해도 좋을 만큼 거리를 따지지 않는다. 단거리에서 활약한 마필도 있지만 2000~3000미터 장거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 이상으로 볼 때 스피큘의 자마들은 혈통상의 특징을 잘 물려받는다면 3세 때부터 활약해 4세 이후 기량이 만개할 것으로 기대되고 힘이 차면 장거리까지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