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SK의 4월 29일 경기에서 조동화가 아웃된 것으로 보였지만 나광남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사진은 중계화면 캡처.
#1. 4월 26일 LG와 KIA전에선 LG가 3-2로 앞선 9회 초 KIA의 브렛 필이 2사 1, 2루에서 때린 타구를 봉중근이 잡아 1루에 송구했고, 1루심은 브렛 필의 아웃으로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중계 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1루수 김용의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 2사 만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 LG의 승리로 끝나버린 것이다.
#2. 4월 27일 NC와 두산전 6회초 두산 오재원이 무사 1루 상황에서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NC 유격수 손시헌이 1루주자 양의지를 2루에서 포스 아웃시키고, NC 2루수 박민우가 1루로 공을 던져 병살타를 유도했다. 그러나 발 빠른 오재원이 공보다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았지만 나광남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육안으로 봐도 명백한 세이프였지만, 나 심판은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프로야구에서 오심으로 유명세를 탔던 심판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박근영 심판은 지난해 오심으로 인해 팬들의 ‘몰매’를 맞았던 장본인이다. 한 시즌에 결정적인 오심으로 인해 두 차례나 ‘무기한 2군행’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무기한’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한 달 만에 복귀했고, 두 번째 2군행은 정규시즌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나광남 심판의 오심이 불거졌던 NC 두산전 주심이 박근영 심판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심판진들의 잦은 오심에 대해 사과를 전하고,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도둑맞은’ 승리와 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선 심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심판들의 오심이 잦아지면서 비디오판독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비디오판독 확대 실시도 해마다 나오는 얘기이지만, 올해는 좀 더 그 주장이 강하고 현실성 있게 다가오고 있다.
수도권에 속한 A 팀의 B 선수는 비디오판독 실시에 대해 “선수들 대부분은 찬성이다. 워낙 오심이 잦다 보니 심판에 대한 신뢰나 권위도 땅에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매번 비디오판독을 요구하는 건 경기 시간 지연 등으로 불편해지겠지만, 한 경기당 횟수를 제한하거나 7이닝 전까지 1회 등등의 조건을 달아 시행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방에 있는 C 팀의 D 코치는 오심보다 더 큰 문제는 보복 오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연전 중 한 경기에서 오심이 나면 다음 경기 때 피해를 본 팀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때가 있다. 아무리 심판도 사람이라고 하지만 판정의 잣대가 경기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심판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독 몇몇 심판들은 시류에 따라 판정의 기준이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D 코치는 비디오 판독을 실시할 경우, 심판들이 이런 오심 논란과 오해 속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현장의 감독, 코치들은 비디오판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 시즌 연달아 오심이 불거지면서 비디오판독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나타내는 지도자들이 늘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비디오판독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보였고, NC 김경문 감독도 방법론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비디오판독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밝혔다. 문제는 비용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판독 시행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처럼 비디오판독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초기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방송사 중계화면으로 판독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올해는 비디오판독 실시를 적극 받아들이려는 분위기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KBO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좋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