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영빈관 응접실에서 그는 고려인들을 맞이했다…할머니는 그들 1세가 낯선 땅에서 겪어야 했던 기나긴 고초와 고난의 시간에 대해 설명했다…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메모 카드를 적시었다. 눈치를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인간 노무현의 눈물이었다. (12장 인간에 대한 예의, 86~87쪽).’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이해 그를 기리는 책 <기록>이 출간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동반자이자 비서였던 윤태영은, 이 책을 통해 ‘대통령 노무현’은 물론 ‘인간 노무현’의 이면까지 아우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윤태영 비서관을 곁에 두고 자신을 관찰하며 기록하도록 했다. ‘기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이었고 원칙이었다. 기록은 역사가 되는 것과 동시에 글로 표현할 관찰자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절제하고 동여매는 강력한 동인이 됐다.
이 책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연재된 저자의 칼럼을 새롭게 다듬어 담았으며, 칼럼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퇴임 이후 봉하에서의 기록을 함께 엮었다. 1부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2부는 재임 시절의 성공과 좌절을, 3부는 퇴임 이후부터 서거까지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다.
신영복 교수는 “<기록>은 놀랍다. 사실이라는 작은 조각 그림이 어떻게 진실이라는 큰 그림을 만들어 내는지 그 비약이 놀랍다. 대상과의 지근거리에서 어떻게 그처럼 담담한 시각을 견지할 수 있는지 그 절제가 놀랍다”라고 추천평을 썼다.
연규범 기자 ygb7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