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은 이미 잘 알려진 캐릭터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가 쓴 소설을 통해 탄생한 프랑켄슈타인은 스위스의 신비학도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시체 조각들을 맞춰 인조인간을 만들고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존재다. 원작 소설에선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피조물인 인조인간에 의해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목숨을 잃는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 역시 도입부에선 원작 소설을 그대로 차용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인조인간(처음엔 이름조차 없다가 ‘아담’으로 불리고 나중에 비로소 ‘프랑켄슈타인’이 된다. 아론 에크하트 분)을 만들어 내지만 그 존재에 두려움을 느껴 버려 버린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인조인간이 어느 날 되돌아와 사랑하는 아내를 죽인다. 복수를 위해 인조인간을 뒤쫓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결국 추위 속에서 얼어 죽고 만다. 인간인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지만 그가 만든 피조물인 인조인간은 추위를 타지 않으므로 당연히 살아남는다. 인간처럼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지만 그는 ‘인조’이기에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다.
이처럼 도입부에서 짧게 원작의 설정을 보여준 뒤 영화는 전혀 다른 이여기를 창조해 낸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의 주된 설정은 인조인간인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가고일과 데몬의 오랜 전쟁이다.
선의 존재인 가고일과 악의 존재인 데몬은 끊임없이 대립하며 인간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조인간이기에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그는 200년 넘게 지속된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에 조금씩 개입된다.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은 절대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벌어지지만 인조인간은 인간이 아니기에 가고일과 데몬은 그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데몬이다. 인조인간으로 영생의 존재인 인조인간을 활용해 가고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데몬이 그를 전쟁에 끌어 드리려 한다. 가고일 역시 데몬과의 전쟁에서의 승리하기 위해 그를 끌어드리려 한다. 그렇지만 인조인간은 이들의 전쟁에 휘말릴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홀로 떠나려 한다. 이때 가고일의 여왕 레오노르(미란다 오토 분)이 인조인간에게 ‘아담’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현대가 된다. 아무로 모르는 곳에서 숨어서 살고 있는 아담을 찾아낸 것은 데몬이다. 데몬은 아담을 통해 시체로 만들어진 아담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는 기술을 찾아내 이미 확보해 놓은 엄청난 수의 시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가고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인간세상을 파괴하려 한다.
이런 데몬의 행위에 분노하지만 여전히 아담은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한다. 그렇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연구일지를 발견한 아담은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테라 박사(이본 스트라호프스키 분)까지 위태로워지면서 결국 아담은 데몬과 가고일의 전쟁에 나서게 되고 최후의 일전에 돌입한다. 그리고 결국 최후의 일전이 끝난 뒤에야 아담은 자신을 프랑켄슈타인이라 명명하고 이젠 더 이상 숨어서 홀로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도우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비로소 불멸의 영웅 프랑켄슈타인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아무래도 이런 결론은 후속편을 제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처럼 영화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은 원작 소설 보다는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이라는 소재를 활용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게 천사와 악마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판타지 소재에 더 충실하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영화의 진정한 제목은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이 옳을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그렇게 완성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속편을 만들겠다는 의도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애매한 프랑켄슈타인 활용법은 영화를 애매하게 만들고 말았다. 인간이 될 수 없는 인조인간의 고뇌를 갖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영화도 아니고 천사와 악마의 전쟁을 그린 영화도 아닌 그 중간에서 다소 모호한 존재의 영화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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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인기 캐릭터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기 위해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얘기는 영화 도입부에 잠깐 등장할 뿐이다. 대신 그가 프랑켄슈타인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등장하는 데 이를 위해 다시 중세 시대의 얘깃거리인 천사와 악마의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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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킬링타임용으로 볼 만한 영화이긴 하다. 킬링타임용에 적합하다는 얘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프랑켄슈타인의 액션, 가고일과 데몬의 전쟁에서 등장하는 CG를 보면서 즐기는 수준에선 나쁘지 않다. 다만 너무 깊이 생각하며 영화를 본다면 프랑켄슈타인의 고뇌와 절박한 전쟁을 벌이는 가고일과 데몬의 모습이 너무 겉돌기만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영화가 진정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에 다가가려 하면 오히려 영화가 더 모호해지니 느낌이 드는 참 묘한 영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