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고 공화국이다. 날 수 있는 대형 사고는 모두 났다. 여객기가 떨어지고, 여객선은 침몰했고, 다리와 건물이 붕괴됐으며, 호텔이 불탔다. 여객기들은 조종사의 실수 외에, 북한의 테러로, 동서냉전의 희생물로 떨어져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더니 이듬해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그에 앞서 1970년에는 와우아파트가 무너졌다. 버스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할 정도로 부실했던 성수대교의 상판이 무너져 등굣길 여고생 등 32명이 숨졌다.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사상자를 낸 사고였다.
166명의 사망자와 25명의 실종자를 낸 1971년 크리스마스 때의 대연각 화재 사건은 할리우드 영화 <타워링>의 모티브가 됐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후 화재는 자동차 사고처럼 자주 발생했어도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내는 대형 사고는 없었다.
가장 인명피해가 컸던 여객선 침몰사고는 1970년 12월 15일 새벽 대마도 인근에서 침몰한 남영호 사고다. 승객 321명이 겨울바다에 빠져 얼어 죽었다. 세월호 침몰은 통신과 구난 기술이 나아졌다는 이 시대에 40년여 전과 똑같은 원시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어처구니가 없다. 남영호처럼 칠흑에다 거친 풍랑의 겨울바다도 아닌 고요한 봄날의 아침바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한번 터졌다 하면 세월호의 피해를 능가할 우리 사회에 내재한 엄청난 위험 요인을 생각한다. 고속철과 원자력발전소다. 1000명 가까운 정원을 태우고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의 사고가 초래할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것이다. 크고 작은 고속철 사고들이 빈발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대형 사고는 아니었다. 앞으론 작은 사고도 없어야 한다.
고속철보다 더 위험한 것이 원전 사고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이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경우로 볼 때 영·호남 지역에 건설된 원전 23기 중 하나에서 유사 사고가 난다면 최소한 자치도 하나는 불모지로 변한다. 가뜩이나 좁은 땅덩이에 그 많은 사람을 어디로 이주시킬 것인가? 이주는 한두 해로 끝나지 않고 최소 30년에서 100년 이상 걸린다.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들은 죽어갈 것이고, 생태계는 교란될 것이다. 한국산 제품을 사는 사람이 없고, 관광객도 끊어질 것이다. 해양오염으로 동·서·남해는 죽은 바다가 된다. 여기서도 다행인 건 원전비리의 적발이다. 원전의 안전에 완벽을 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원전과 고속철 사고는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국민적 사기저하와 국제적 신용하락으로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작은 나태와 비리가 쌓여 큰 재앙이 된 것이 세월호 사고임을 정부와 국민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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