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거행된 법요식 한편에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모금함이 마련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예전 같으면 방송사에서도 성금을 모으고 관련 단체들이 길거리에서도 홍보 활동을 했는데 요즘은 전혀 그런 걸 찾아볼 수 없어 답답했어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와 비슷한 하소연이 담긴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간혹 모금 활동을 벌이지 않는 것을 두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혼을 내는 어르신도 있을 정도란다. 하지만 단체들도 섣불리 모금 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유가족대책위원회에서 모금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일체의 모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는 자발적으로 전화문의 등을 통해 연락을 해주신 경우에만 기부 방법을 안내하고 기부금을 받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큰 만큼 다들 남일 같지 않게 여겨 도움을 주시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처럼 재난재해와 관련한 기부금은 원칙적으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진다. 법에는 모금 목표액이 10억 원 이상이면 안전행정부 장관, 1000만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일 경우엔 시 혹은 도 광역단체장으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고 기부금을 모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등록을 위해서는 모집자의 성명과 모집비용의 예정액 명세, 조달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모집금품 사용계획 등의 제반 양식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전국적으로 6곳의 단체에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등록한 상태로 이를 통해 기부금을 전달하면 된다. 9일 현재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가 안전행정부에 등록돼 있으며 국민일보, 한국재난구호, 바보의 나눔이 서울시에, 대한안마사협회 대구지부가 대구시에 등록돼 있다.
이들의 총 모금 목표액은 814억 2000만 원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당초 올해 목표 금액 10억 원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700억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대한적십자사도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조정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수백억 원의 모금이 이뤄져 이를 기준으로 목표 금액을 조정했다”고 밝혔으며 대한적십자사 측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 목표금액을 100억 원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 방법을 설명하고 계좌이체, 직접 전달 방식으로 기부금을 받고 있으며 전국재해구호협회의 경우 인터넷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과 연계해 네티즌들의 모금을 받고 있다.
이밖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처럼 별도로 해당 법에 따르도록 명시돼 있는 단체에서도 기부금을 받고 있다. 또한 모금 목표액이 1000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별도의 승인이나 등록절차 없이 민간자율로 모집이 가능해 소규모 조직에서는 일단 모금을 한 뒤 사용처를 결정해도 무방하다. 이 경우 기부자들이 성금 사용처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주의를 요한다.
비록 적극적인 모금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여러 통로로 전달된 기부금만도 현재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네티즌 등을 상대로 가장 활발히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의 경우만도 지난 8일을 기준으로 총 39억 1500만 원의 성금이 마련됐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기부금을 받고 있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사용처에 대해 묻자 “세월호 사고 피해 가족들에게 100% 사용하기로 큰 틀은 잡아 놓은 상태지만 세부계획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유가족을 위해 쓰겠다는 방침만 정해둔 상태로 향후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기부금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위원회에는 학계, 언론인, 정부 관계자, 유가족 대표 등이 참여한다”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구호품 비용은 적십자비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모금된 현금은 전액 유가족들에게 쓰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도 “현재는 피해가족 생필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추후 유족 측과 협의해 원하는 방안으로 전액 사용할 예정이다.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지원이 될지 일반인 피해자까지 포함될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사고 수습 이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심각한 단원고등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일반인 피해자들이 소외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정기탁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기부자 측에서 특정 부분에 지원을 해달라고 하면 어딘가에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심리치료를 위해 써 달라, 학생들에게 써 달라 등의 지정기탁은 정중히 거절하고 하나의 큰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운영하고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모금 활동을 펼친 뒤 피해자 가족들 대표들과 논의한 뒤 그 뜻을 최대한 반영해 사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국민 성금을 모을 때는 등록을 하고 모집된 기부금품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정식으로 등록된 기부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