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배 어린이바둑대회가 지난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오전 10시에 진행된 개막식은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과 함께 시작됐다. 이날 바둑대회에 참석한 1000여 명의 어린이와 학부모는 엄숙한 분위기를 지키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렸다. 개막식에는 많은 바둑계 내빈들이 자리했다. 심판위원장인 김영환 9단을 비롯해 김신영 초단, 강민우 9단, 박승철 7단이 각각 심판위원으로 참석해 공정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또 일요신문 신상철 사장과 대한바둑협회 김원 전무이사, 한국초등바둑연맹 김철중 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신 사장은 개회사에서 “일요신문사가 <드래곤볼>, <보물섬>, <메이플 스토리> 등으로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린이 애독자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3년 전부터 바둑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 사장은 “바둑은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집중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놀이’다”라며 “10년 전 한국바둑이 주름을 잡았는데 바둑의 힘이 지금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오늘 기량을 한껏 발휘하고 한국 바둑의 미래를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참가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축사를 맡은 한국초등바둑연맹 김철중 회장은 “예절과 도전정신을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둑”이라며 “선현들은 바둑을 이겨도 기쁘고 져도 기쁘다고 했다. 오늘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이긴 친구에게는 칭찬을 진 친구에게는 격려를 해주는 미덕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심판위원장 김영환 9단의 “지금부터 일요신문배 바둑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힘찬 개국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됐다.
전국 초등학교 재학생 및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번 대회는 단급증에 따라 최강부(아마4단 이상), 유단자부(아마초단 이상), 고급부(1급 이하), 고학년부(4~6학년, 4급이하), 저학년부(1~3학년, 4급이하), 샛별 A·B·C 부(각각 10급, 19급, 25급 이하), 일반부(급증 미소지자) 등 총 9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최강부와 유단자부 수상자들. 왼쪽부터 최강부 준우승자 김동우, 최강부 우승자 김선기, 유단자부 우승자 김지성, 유단자부 준우승자 진훈.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이번 대회는 온라인 예선 대신 참가 어린이 전원이 같은 날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 모여 조별 예선과 본선 토너먼트를 차례로 치렀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예선전은 2시간가량 이어졌고 치열한 접전 끝에 본선 진출자 윤곽이 드러났다.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바둑대회 본선이 시작됐다. 프로급 수준의 어린이들이 대결을 펼친 최강부 본선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졌다. 최후에 남은 어린이 2명의 진검승부가 펼쳐진 최강부 결승전은 바둑TV를 통해 오는 18일 중계될 예정이다. 최강부 결승에서는 김선기 학생(능내초 6)이 김동우 학생(응암초 6)과 맞붙었다. 초반 열세를 보이던 김선기 학생은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한집 반 차이로 짜릿한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우승을 차지한 김선기 학생 아버지 김완중 씨(49)는 “결승에서 만난 김동우 학생이 우리 아이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 좋은 라이벌과 벌인 대결에서 우승을 거두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동우 학생 아버지 김규봉 씨는 “아이가 팔을 다쳤는데 대국에 임해서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지난해 3위를 했는데 올해 준우승을 해 결과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반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주현태 학생(응암초 3)이 배의현 학생(모현초 5)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반부 우승자인 주현태 학생은 침착한 모습으로 대국에 참여해 고학년 형을 이겼다. 주현태 학생은 “이겨서 기분이 좋다. 내년에도 또 참여할 것”이라고 짧게 우승소감을 전했다.
고급부(왼쪽)와 고학년부 수상자들.
주현태 학생의 어머니 이연정 씨(39)는 “아이가 아빠의 영향으로 바둑을 시작했다. 바둑을 시작한 이후 아이가 진지해지고 차분해지는 면이 생겼다”며 “아침부터 가슴 졸이며 지켜봤는데 생각지도 못한 우승을 차지하게 되어 기쁘다. 내년에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다시 도전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부 준우승을 차지한 배의현 학생은 “복기를 해보니 아쉽게 진 측면이 있었다. 더 노력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단부에서는 김지성 학생(연은초 6)이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둑을 접했다는 김지성 학생은 “작년은 대회신청을 했다 일정을 착각해 기권패해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우승까지하게 돼서 기쁘다. 6학년이라 내년 대회는 참가하지 못하겠지만 오늘 우승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고급부에서는 김용현 학생(반국초 6)이 김찬우 학생(보평초 4)을 상대로 불계승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8살 때부터 바둑을 시작했다는 김용현 학생은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분이 좋다. 바둑은 생각하는 재미와 매력이 있다. 이번 대회는 4강에서 아마1단 어린이랑 붙은 것이 가장 어려운 승부로 기억에 남는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찬우 학생은 “재미있는 하루였다. 내년에 참여하면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고학년부 우승은 조찬우 학생(미양초 4)에게 준우승은 박동규 학생(흥진초 4)에게 돌아갔다. 저학년부는 유희철 학생(흥운초 2), 샛별부 A는 오유찬 학생(명도초 3), 샛별부 B는 이인혁 학생(슬기초 5), 샛별부 C는 이호건 학생(예원초 2)이 각각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최강부 결승전.
각 부분 우승자와 입상자에게는 각각 상장과 트로피, 장학금이 수여됐다. 최강부 우승자에게는 150만 원, 준우승자에게는 70만 원, 공동 3위에게는 30만 원의 장학금이 트로피와 함께 전달됐다. 유단자부 우승자에게는 50만 원, 고급부 우승자에게는 30만 원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저학년부와 고학년부, 샛별부 A·B·C 우승자에게도 소정의 장학금과 트로피가 전달됐다. 시상을 한 어린이는 기념촬영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며 바둑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제3회 일요신문배 어린이 바둑대회를 지켜본 한국초등바둑연맹 김철중 회장은 “지난대회는 인터넷으로 예선을 진행을 해서 서로 얼굴을 모르고 대국을 했다. 올해는 예선전까지 한자리에서 치르니 바둑축제 같았다”며 “특히 여학생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강부에 진출해 경기를 치르는 등 선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철중 회장은 “지난 대회는 강자들이 있어서 승부를 예측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실력이 상향평준화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펼쳐진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심판위원 김신영 초단은 “이렇게 큰 규모로 어린이 대회를 치르는 것이 의미 있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바둑을 배우면서 집중력을 향상시켰다”며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 오늘 대회에 참여한 바둑 꿈나무들이 프로기사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박정환 기자 kullkin85@ilyo.co.kr
대회 이모저모 여학생 급증 ‘눈에 띄네’ 한수, 한수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긴장감. 바둑대회라고 하면 그런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생각하기 쉽다. 위에서부터 왼쪽부터 신상철 일요신문 대표의 개회사, 바둑대회 개막식, 대국 장면. 그러나 지난 11일 ‘제3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서울학생체육관은 진지함 속에서도 아이들 특유의 발랄함이 공존했다. 63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체육관은 대회를 앞둔 설레임에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김영환 9단이 개국 선언을 하고 시합에 들어가자 312개 바둑판 앞에 선 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둑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들도 관중석에 앉아 아이들의 선전을 손 모아 응원했다. 이번 바둑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려 연령층도 유치부 6살부터 초등학생인 13세까지 다양했다. 지역도 경기 의정부부터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대회에서 3명의 여학생이 참가한 것에 비교하면 여학생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회 관계자는 “올해 여학생은 50여 명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일모 한국초등바둑연맹 이사는 “예전에는 여자 어린이들이 바둑을 많이 배웠는데 최근 많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확실히 여자 어린이들이 많이 참가했다. 여자 어린이들은 남자 어린이들보다 수가 날카롭다. 이번 기회에 여자 어린이들이 바둑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승부가 갈리는 대회인 만큼 승리한 학생에게는 웃음이, 아쉽게 패배한 아이들에게는 서러움의 눈물이 공존했다. 바둑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는 은진초 박민혁 군은 “바둑은 깊이 생각할 수 있어 재밌다”며 “전부 이기고 1등을 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김영환 9단과 김신영 초단이 다면기 지도대국을 했다. 한편 이날 김영환 9단과 김신영 초단은 대회에 참석한 학생 22명과 다면기 지도대국을 두며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11명의 학생들과 지도대국을 마친 김영환 9단은 “나도 어렸을 때 조훈현 9단과 다면기를 두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다면기는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고 프로기사와 대국하면서 하나라도 배움을 얻어가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에 더 의미를 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환 9단과 다면기 지도대국 두는 허준형 군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 허순행 씨 역시 감회가 남달랐다. 허 씨는 “김영환 9단은 나도 평소 다면기를 해보고 싶어 한 너무 좋아하는 프로기사다. 그런데 아들이 그런 기회를 얻었다. 김영환 9단과 아들이 다면기 대국을 둔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아들에게나 나에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 씨는 “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나도 평소 바둑을 좋아해 컴퓨터로 바둑을 뒀는데, 아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바둑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아들이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들과 대국을 두는데, 처음에는 덤 24점을 줬는데 지금은 6점까지 줄었다. 아들이 바둑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계속 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대회 한쪽에서는 오목, 체스, 알까기, 오델로 등 보드게임도 배치돼 어린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