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오늘날 인류에게 바다는 해독이 완료된 곳처럼 보인다. GPS와 디젤 엔진, 점점 거대해지는 대형 선박 안에서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바다에서 안전해졌지만 그만큼 바다로부터 멀어졌고 무지해졌다.
수천 년 전 돛과 노, 태양과 별으로 연안 바다와 대양을 항해한 고대 인류에게 바다는 인격적인 존재였다. 고대 인류는 창의력과 눈부신 적응력, 억누르기 힘든 활동성을 기반으로 10만 년에 걸친 여정, 호모 사피엔스 최후의 위대한 팽창을 매듭지었다.
고고학계의 세계적 석학 브라이언 페이건은 인류의 가장 초기 항해의 역사로 거슬러 가서 다음의 물음에 답한다.
인류는 왜 한 번도 탐험된 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수평선 너머로 이끌었는가? GPS, 디젤 엔진, 나침반조차 없이 어떻게 대양의 머나먼 섬을 정복했는가?
수천 킬로미터의 망망대해를 건너 하와이 제도와 이스터 섬 그리고 어쩌면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항해한 폴리네시아 카누부터, 기원전 10세기에 발사 나무 뗏목을 타고 멕시코까지 오간 안데스인의 여정, 서기 10세기에 북아메리카 동쪽 끝에 발 딛은 노르드 바이킹에 이르기까지 브라이언 페이건은 바다와 인류 문명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낸다.
미지북스. 518쪽. 2만 4000원.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