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임진왜란 당시 신립은 험준한 조령을 포기하고 남한강을 배후에 둔 탄금대에 배수의 진을 치고 일본군을 상대했다. 이 전투는 결국 패해 한양은 손쉽게 일본군의 손에 떨어지고 말았으며, 잘못된 전략전술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하지만 저자 이상훈은 당시 방어거점으로 선택 가능했던 조령, 단월역, 충주성, 탄금대의 지형과 당시 풍향, 조선군과 일본군의 주요 무기와 전술 등을 면밀히 살핀 후 탄금대를 방어거점으로 선택하고 배수의 진을 친 신립의 선택이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고 강조한다. 한양으로의 철수를 거부당한 상태라 충주 일대에서 방어해야 했던 점, 탄금대의 지형이 방어와 기병 활용에 유리했던 점, 충주의 주풍향이 서풍이어서 원거리 발사무기에 유리했던 점을 감안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전략전술의 한국사>는 국가전략, 보급전, 작전권, 등 9가지 전략전술을 소개한다. 전략전술 사례를 주제에 따라 시대순으로 서술하고 가급적 군사용어 사용을 줄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
김제의 벽골제는 저수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왜 평지에 3킬로미터가 넘게 둑을 쌓았을까. 고려 말 왜구와의 대규모 전투인 황산전투는 왜 해안이 아닌 내륙 지리산 일대에서 벌어진 것일까. 이성계는 위화도에서 회군할 때 왜 진군 당시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남하했을까. 병인양요 시기 조선군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 염하수로를 건너 강화도로 상륙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점들을 군사전문가의 눈으로 풀어내며, 때때로 기존의 역사관과는 상이한 관점을 제시한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의 격언이 있다. 평화를 갈구하는 인류가 끊임없이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모순과,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쟁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상훈 지음. 푸른역사. 정가 1만 8000원.
연규범 기자 ygb7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