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얼음과 불의 노래>(얼불노)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기가 돌아왔다. 일 년 만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4가 열광적인 호응 속에 방영을 시작했다. 국내에선 케이블 채널 SCREEN을 통해 독점 방송되고 있는데, 미국 본방송 4일 뒤에 국내 시청자를 찾아간다. 여기에 더해 <왕좌의 게임> 10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프리퀄, 이른바 ‘얼불노’의 외전이 출간돼 주목을 끈다.
<세븐킹덤의 기사>는 조지 R. R. 마틴이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한 <떠돌이기사> <맹약기사> <신비기사> 등 세 편의 중편소설을 묶은 외전 모음집으로 전설적인 킹스가드로 언급되는 ‘키 큰 던칸 경’과 타르가르옌 15대 왕 ‘아에곤 5세’의 젊은 시절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븐킹덤의 기사>를 번역·출간한 출판사 은행나무에 따르면, 암투와 정쟁에 집중하는 <얼음과 불의 노래> 본편과 달리 외전 <세븐킹덤의 기사>는 기사도 정신과 모험심으로 가득한 두 소년의 활극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그려냈다.
때는 <왕좌의 게임> 시대부터 100년 전, 타르가르옌 왕가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때다. 어느 떠돌이기사의 종자 출신이자 이제 막 기사 자격을 부여받은 덩크는 자신을 ‘키 큰 던칸 경’이라 칭하며 떠돌이기사로서의 이력을 시작하고, 우연히 만난 ‘에그’라는 까까머리 꼬마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덩크와 에그는 배신이 아니라 충성을, 불의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 시대의 마지막 진정한 기사가 되고자 하지만 이들 주변에서는 음모와 분란의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출판사는 <얼음과 불의 노래> 팬이라면 본편과 외전 사이의 ‘숨은 그림’을 놓쳐선 안된다고 독자들에게 힌트를 준다. 본편이 웨스테로스 대륙에서부터 에소스 대륙에 이르기까지 무한 확장되는 공간을 통해 조지 R. R. 마틴의 세계가 얼마나 방대한지를 보여주었다면, <세븐킹덤의 기사>는 이 세계의 역사가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짜였는지, 즉 시간적으로 얼마나 빈틈없이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본편의 비세리스와 대너리스 남매의 조상 격인 수많은 타르가르옌 왕자들이 외전에 등장하며, 외전에서 크고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이 본편에서는 역사서에 이름이 전해지는 전설적인 인물들로 회자된다. 예를 들면 자이메 라니스터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는 킹스가드 백서에 ‘키 큰 던칸’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며, 마에스터 아에몬이 자주 언급하던 동생 ‘에그’의 정체가 외전에서 밝혀진다.
<세븐킹덤의 기사> 번역자 김영하 씨는 다음 얼불노 카페에서 ‘Xanu’라는 닉네임으로 활약하며 ‘얼불노’를 직접 번역해 팬들 사이에 호응을 얻기도 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참 재밌더라구요. 세 편을 한 권에 묶어놓으니 더 흥미로웠어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부디 마틴옹이 장수하셔서 덩크와 에그 이야기를 끝까지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외전 말고 본편 진도나 빨리 나가 주세요” 라고 온라인상에 평을 올렸다.
한편,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는 1996년 1부 <왕좌의 게임> 출간 이후 현재 5부 <드래곤과의 춤>까지 나온 상태다. 6부 <겨울의 바람>은 2015년 하반기 미국 출간 예정이다. 1948년생인 조지 R. R. 마틴은 우리 나이로 치면 67세의 고령이다. ‘얼불노’에 중독된 팬들은 과연 그가 죽기 전에 이 대작 시리즈를 완결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채찬수 기자 chanc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