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거리에서 꽃과 땅콩을 파는 소녀도 노동을 하는 신도들은 성자가 되는 착각을 하지만 실상 노예가 됐다. 사악한 교주는 신도들에게 마약같이 취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옥죄는 교리 프로그램을 입력시킨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돈들은 교주 소유의 위장재단으로 흘러든다.
시간이 가면서 그 돈은 지능적으로 교주일가의 사유재산으로 변해가는 걸 봤다. 공식 비공식의 수상한 여러 회사들이 문어발같이 탄생했다. 재단의 돈들은 거미줄 같은 돈의 수로를 타고 그 회사들을 복잡하게 거치며 최종적으로 교주의 뒷주머니 역할을 하는 회사로 흘러들었다. 돈이 흐르는 명목이야 투자든 뭐든 붙이기 마련이다. 안전을 위해 바지사장이 등장한다. 평소 관리해둔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임명하면 그저 황송해 하며 충성을 다 한다.
더러 시비가 걸려도 걱정 없다. 이미 알맹이를 다 뺏으니까. 법적인 문제는 어렵지 않다. 겉으로만 하자가 없으면 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형식논리와 증거만 조작하면 된다. 그 기관의 장 출신의 전관을 통해 로비를 하면 까칠한 내부의 정의파도 힘을 못 쓰게 할 수 있다. 돈은 교주를 신으로 만든다. 돈은 정·관계를 마비시키는 걸 넘어 권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어떤 교주는 의원 한 사람당 30억 원씩만 주면 정당하나도 금세 만들 수 있다고 큰 소리쳤다.
더러 이단시비가 걸리기도 한다. 그것도 문제없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나라다. 무엇을 신이라고 해도 또 정면으로 이단이라고 자백해도 법에 전혀 걸릴 게 없다. 기성 교단에 있었더라도 정관을 바꾸어 독자적인 종교를 창설해 사람과 모든 재산이 바뀐 경우도 있다. 그렇게 종교재벌이 된 악마의 자손들이 섬까지 사들여 별장을 짓고 대대손손 잘 먹고 잘사는 경우를 봤다. 성전공사에 동원되고 가난 속에서 신도들은 무참하게 죽어갔다. 그런 패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의 내면에는 메시아 대망사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도 그런 심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한 지 오래지만 홍콩이나 뉴욕 같이 노숙자와 대부호가 공존하는 불평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의 원형질 안에는 어쩌면 대동사상이 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 틈으로 이단종교 사기꾼들이 설친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종교단체에 약하다. 수사기관 역시 종교분야를 터부시 한다. 그런 속에서 부패의 냄새가 피어오르고 선량한 영혼들이 파괴되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영혼사냥꾼인 이단교주들에 대한 철퇴가 필요할 것 같다.
변호사 엄상익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