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회를 맡게된 박영선 원내대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세월호 국회를 맡게 돼서 더 무겁게 느껴진다.”
―솔직히 지난 8일 원내대표 선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왜 박영선을 선택했다고 보는가.
“지금 세월호 시국이다. 매우 엄중한 시기다. 야당이 야당답게, 존재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의원들 사이에서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원내대표 하면 화합과 협상력이 더 중시됐다. 하지만 현재 시국에선 앞서의 것보단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앞선 것이다.”
―현재의 시국이 박영선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가.
“그렇다.”
―오히려 세월호 시국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 박 원내대표가 볼 때 현재 당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내가 정견발표 할 때, 제일 먼저 세월호특별법을 강조했다. 이건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세월호특별법준비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5월 국회는 세월호 국회다. 이 국회를 통해 얼마나 국민의 답답한 마음을 열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제 국민들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안전이 중요하고 내실 있는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요신문> 인터뷰 직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 국정조사 일정과 관련해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부적인 사안에 있어선 여당과 간극이 있다. 국회에서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난 기본적으로 단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여당과 상의해 금주는 상임위에서 기본적인 질문을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했고 다음주(19일부터)는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또 그 다음주는 그 내용을 토대로 국정조사요구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아마도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일을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박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세월호 문제를 국회 내에서 다루는 데 있어서 사전 프로세스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가 강했다. 이는 지난 8일 원내대표 경선 이전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국정조사, 특검, 국정감사, 청문회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접근한다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앞서의 당 지도부와 달리, 특검 추진에 있어서도 현재의 검찰 수사의 경우에 따라 도입하자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지난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KBS와 MBC를 모두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이번 세월호 시국 속에서 언론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론의 생명은 사실 보도다. 그런데 지금 언론은 불행하게도 박근혜 정권 구하기에 매몰돼 있어 가슴이 아프다. 이런 현실이 점점 더 국민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 진실은 아무리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도 안 되는 문제다. 때가 되면 다 안다. 나중에 알려지면 국민적 분노는 더 폭발한다. 언론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도 굉장히 늦은 감이 있지만, MBC와 KBS 기자들이 지금에 와서 반성에 가까운 성명서를 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 공천과정에서 안철수 대표를 팔면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시는 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선거 국면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그게 선거가 끝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이미 창당 순간부터 8월 조기전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글쎄. 벌써 그런 얘기까지 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지켜봐 달라.”
―원내에 정책수석(김현미 의원) 자리를 신설했다. 외부에선 정책위 의장과의 직무와 의미가 중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이를 김한길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아니다. 오히려 내가 김한길 대표께 정책수석 신설을 제안했더니,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고 답하셨다. 그래서 마련한 자리다.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 소속이지만, 정책수석은 원내에서 상임위 별로 통과시켜야 할 법과 그래선 안 되는 법을 마지막으로 거르는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카운터파트 관계는 어떤가.
“내가 솔직히 성격이 직설적이다. 난 누구에게나 그렇게 대한다. 하지만 비교적 얘기가 잘 통하고 있다. 난 이 원내대표가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본다. 내 생각엔 어려운 점이 있어도 잘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5일 여야 원내대표단이 4자회동을 갖고 합의문에 서명 후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여당에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 내각 구성에 있어서 야권이 인선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외부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내가 말하는 거국중립내각은 새정치연합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자는 거다. 그것 필요하지 않나.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반쪽 내각이었고, 반쪽 정권이었다. 인선과 관련해 개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6·4 지방선거 역시도 세월호 정국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국민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나라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본다. 지금 새누리당은 ‘대통령 구하기, 대통령 지키기에만 몰입돼 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 지키기, 국민 마음 달래기에 좀 더 치중하는 차별점이 있다고 본다.”
―본인도 말했지만, 성격도 발언도 직설적이다. 때문에 박영선은 너무 강하고, 심지어 당내에서도 비토세력이 많다는 얘기도 있다.
“언론에서 그런 면만 부각시킨 것 같다. 우리 아이가 그러더라. ‘엄마는 바게트빵 같은 사람’이라고.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여자다(웃음).”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