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태평륜> 제작보고회에서 우위썬 감독은 송혜교를 두고 “모든 장면에서 인물의 감정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배우”라고 평했다. “역할의 성격과 감정 변화를 스스로 조절하는 장점이 강한 배우”라며 “똑똑하다는 차원을 넘어 지혜로운 배우”라고도 했다. 송혜교를 향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는 말이다. 이 같은 지지에 힘입어 송혜교는 지난해 한국 배우로는 처음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자신의 주연영화 <일대종사>를 개막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송혜교의 활동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가 도전하는 중국영화가 모두 시대극이란 점이다. <일대종사>는 청나라 말 혼돈기를 그렸고 <태평륜>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중국이 배경이다. 두 영화에서 송혜교는 모든 대사를 중국어로 소화했다. 현지 영화 관계자와 팬들이 송혜교를 선호하는 이유다.
<태평륜>에 출연하는 송혜교와 <도희야>에 출연하는 배두나.
대부분의 스타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송혜교가 주력하는 지역은 중국과 더불어 유럽이다. 2012년 프랑스 에이전시인 에피지스와 계약을 맺고 현지 진출을 신중하게 준비해온 송혜교는 아시아의 유명 영화 프로듀서인 테렌스 창과도 소속사를 통해 업무 협약을 맺는 등 여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활동 역시 ‘명분’보다 ‘도전’에 중점을 준다. 쉽게 한류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나 대작 영화에 욕심을 내는 대부분의 스타와 비교해 송혜교의 행보는 유독 신중하다. 용서에 관한 인간적인 번민을 그린 이정향 감독 영화 <오늘>에서 주연을 맡은 이유도 “해보지 않은 연기를 향한 갈증과 도전” 때문이다. 현재 송혜교는 강동원과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촬영하고 있다. 조로증으로 빨리 늙어가는 아들을 둔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송혜교가 보여줄 모성애와 휴머니즘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관심이 높다.
# 배두나
연합뉴스
배두나는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 감독으로부터 오디션 제의를 받고 2011년 서울과 미국 시카고에서 두 차례 시험 과정을 거쳐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합류했다. 이들 감독은 앞서 배두나가 출연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괴물> 등의 영화를 모두 살펴봤던 차였다. 영화에서 미래의 메시지를 던지는 복제인간 손미라는 주요 역할을 배두나가 맡게 된 이유도 감독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 신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배두나는 이들 감독이 연출한 <쥬피터 어센딩>에도 출연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여러 배우들 가운데 배두나는 이병헌과 더불어 가장 깊숙한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할리우드 대작들에 잇따라 참여하는 배두나는 동시에 국내 활동에서도 소신을 잃지 않는다. 22일 개봉하는 배두나 주연의 <도희야>는 저예산 영화. 동성애와 부조리한 폭력, 그 속에서 빚어지는 외로움과 동질감을 주제로 한 이 영화에서 배두나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채운다. 화려하지 않지만 어느 때보다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배두나는 <도희야> 참여를 결정하면서 출연료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출연료’를 영화 출연의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배두나는 심지어 평소 받던 수준보다 월등히 낮춘 금액을 출연료를 받았다. “영화가 담은 이야기와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을 향한 신뢰”가 결정을 도왔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그런 배두나를 두고 “다양한 연령과 인종을 초월하는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평했다. <도희야>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바로 그 역할이 되어 버리는 배우”라고 했다. 최근 배두나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