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된 노동자가 87만여 명에 달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부터 기업은 약화된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을 제물로 삼기 시작했을까?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1981년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항공관제사 1만 1359명을 파업 이틀 만에 대량 해고해버린 일을 꼽으며, 이때부터 전 세계에서 정리해고가 기업의 일상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한다.
코스트코의 CEO 제임스 시니걸은 이러한 추세와 정반대로 회사를 경영했다. 그는 기업 환경 개선의 핵심 요소를 자본이 아닌 사람으로 봤다. 시니걸은 30여 년간 코스트코를 경영하며 자신의 생각을 충실히 이행했고 그 결과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시니걸의 생각은 분명했다. “직원이 해고와 같은 내부 위험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면, 정작 외부 위험에는 역량을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그의 예상대로 코스트코에는 전 직원이 ‘똘똘 뭉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불안과 경쟁이 사라진 기업 문화를 대신한 것은 공감과 혁신하는 문화였다. 지금 코스트코는 미국 내 2위, 전 세계 7위의 소매업체다.
선순환의 시작은 돈과 직원 사이의 우선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위대한 회사의 리더들은 돈을 불리기 위해 직원이라는 재료를 운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돈이라는 재료를 운영한다. 실적이 좋을수록 더 크고 튼튼한 회사를 세울 수 있는 원료(직원)가 늘어나는 셈이고 그렇게 튼튼해진 회사는 일하는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살찌운다. 그러면 그 직원들은 다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서 회사를 성장시킨다. 이것이 사이먼이 주장하는 성장의 선순환이다. 그리고 성장의 선순환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저자가 주장하는 안전권(Circle of Safety)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그저 통치자이거나 지배자일 뿐이다. 자신보다 동료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사람. 그래서 우리들로 하여금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 결과 조직의 역량을 고스란히 바깥으로 쏟아내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조직의 진정한 리더라 부른다. 채집과 사냥을 하던 선사시대부터 우리 인류는 쭉 그래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저자의 유쾌한 말주변과 함께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최고의 리더는 ‘성공한 리더’가 아니라 ‘성공하는 조직을 만드는 리더’라는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이먼 사이넥 지음. 이지연 옮김. 36.5. 정가 1만 7000원.
연규범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