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그리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시상식이 지난 5일 일요신문사에서 거행됐다.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접수된 작품은 총 40편. 이번 만화공모전에서는 지난번과 달리 대상, 금상, 중편·장편·웹툰부문 우수상, 총 5개 분야로 나누어 공모했다.
제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수상자들. 왼쪽부터 우수상 김태영 씨, 우수상 박정호 씨, 신상철 일요신문사 대표, 금상 성주삼 씨, 우수상 이규석 씨. 심사위원단의 논의 끝에 대상작은 선정하지 않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5일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아술당의 아이들>로 상금 1000만 원의 금상을 거머쥔 성주삼 작가(41). 대상이 없었기에 사실상 이번 공모전 최우수상이다. 심사위원단은 ‘응모작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필력과 연출, 세련미 있는 구성을 보여준 작품이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한 점과 글맛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성 작가는 시상식에서 “살면서 상을 거의 못 받아봤는데 의미 있는 상을 만화로 받게 돼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만화를 하면서 시놉시스를 쓰고, 스토리를 정리해 극화를 준비하면서 다른 작가들처럼 수없이 엎기를 반복했다. 작품을 엎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기획물이나 교과물 삽화 등을 그리며 버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만화를 그려가며 기본기를 쌓는 작가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응모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 앞으로는 열심히 작업해 그동안 스스로 의심했던 부분들을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스릴러다운 구조로, 뒤를 궁금하게 해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 흐름과 호흡으로 긴장감을 잘 유발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장편부문 우수상(상금 500만 원)을 차지한 <스퀘어>의 박정호 작가(38)도 끝까지 만화의 꿈을 포기하지 않아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박 작가는 “1999년 처음 만화계에 입문해 6개월 정도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왔다. 먹고 살기 위해 박물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른 일을 하다 13년 만에 ‘더 늦기 전에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만화를 그리게 됐다”며 “사실 <스퀘어>가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다른 일을 하며 제2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 작품을 응모했지만 떨어졌다. 돌이켜보니 설정이나 캐릭터가 너무 어색했다. 그래서 다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일도 그만두고 만화에 매달렸다. 시나리오 작업만 3개월이 걸렸다. 마감 직전에는 하루에 15시간씩 극화작업에 매달렸다”고 사연을 밝혔다.
지난 1991년 데뷔해 만화잡지에 여러 작품을 실었고,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에서 1년간 웹툰을 연재한 바 있는 중견 이규석 작가(44)는 <파랑새 날다>로 웹툰부문 우수상(상금 500만 원)을 받았다. 이 작가는 “사실 당선 발표가 있은 직후 1년간 암 투병을 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병간호를 하면서 응모작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당선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릴 수 있어 감동이 더 컸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 신상철 일요신문 대표이사·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로 22년이 된 <일요신문>은 창간 초기부터 만화를 연재해왔다. 허영만 화백의 <안개꽃 카페>, 윤필 화백의 <고삐 풀린 세월마차>부터 일본 히로카네 겐시가 그린 <시마 과장> 등 수많은 만화들이 <일요신문>에 실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시대가 많이 바뀌면서 종이매체로 된 만화 시장은 많이 죽었다. 이에 <일요신문>은 3년 전 창간 20주년을 맞아 국내 작가들을 발굴해 키워보자는 생각에 만화공모전을 시작했다”며 “<일요신문>이 건재한 것처럼 종이매체를 통해 연재되는 만화도 아직 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반영해 대중성과 재미를 잡는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제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는 아쉽게 대상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상 상금 3000만 원은 내년으로 이월돼 ‘제4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