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의 역사물 보여줄 것”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성주삼 작가는 “기존의 임진왜란 창작물과 달리 민족적 시각으로서가 아니라 각 신분계층과 국가 간 사상의 대립, 대의와 개인 생존의 문제, 과학적 전쟁 무기와 전술 도해, 조선뿐 아니라 명과 일본 참전 민중의 시각을 중심으로 사건의 각 인물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도록 창작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응모작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필력과 연출, 세련미 있는 구성을 보여준 작품이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한 점과 글맛이 뛰어났다’고 평가하며 금상의 영예를 안겼다.
“지난번 학습만화 조선왕조실록 작업할 때 임진왜란 부분을 담당했는데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어 공부를 좀 ‘오버’해서 했어요. 이번에 <아술당의 아이들>은 그 바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3년간 성 작가는 교과 삽화 작업을 하다 올해부터 다시 창작에 나섰다. 수입은 괜찮은데 너무 재미가 없었단다. 교과 삽화는 ‘착한 그림’만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같은 화실 형이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도 작업을 시작했다. 그에게 극화로서는 사실상 처녀작인 <아술당의 아이들>은 그렇게 태어났다. 공모전 심사 결과 희비는 엇갈렸다. 그 형이 낸 작품은 본심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아쉽게 탈락한 것이다. 그는 그 형에게 미안해 인터뷰 날까지 수상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그래도 기쁨은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좋은 상을 수상하게 돼 너무 행복하네요. 그동안 만화 주변에서만 활동했던지라 이렇게 중심에서 선택된 것이 너무 기쁩니다. 뽑아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고,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조건 재미있는 만화를 선보이겠습니다.”
“못다 한 창작 불꽃 태울 것”
장편부문 우수상 <스퀘어>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스릴러다운 구조로, 뒤를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 흐름과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호흡이 긴장감을 잘 유발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스퀘어>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1999년 데뷔해 박물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호 작가(38). 그는 “다시 만화를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수상소감의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잠깐 만화가를 꿈꿨지만 먹고사는 게 바빠서 제대로 꿈을 펼쳐 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후회 없이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워낙 큰 규모의 공모전이라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늦은 만큼 못다 이룬 창작의 불꽃을 태우겠습니다.”
우수상 - 중편 <웃는 남자> 김태영
“아버지 얼싸안고 기뻐했다”
“긴 제작기간을 보내고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이 좋은 소식을 듣게 돼 아버지를 얼싸안고 기뻐했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빗소리처럼 반가웠습니다. 부족한 작품의 장점을 봐준 많은 분들과 작품 제작기간 동안 조언을 아끼지 않은 스승님, 부산의 만화연구팀·만화학원의 식구들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시간 속에서 익어가는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만화계 현실 아직 어두워”
웹툰부문 우수상 <파랑새 날다>는 기상천외한 ‘자살 청부살인’, 즉 거액을 받는 조건으로 살해 대상과 함께 자살해야 하는 주인공의 스토리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심리와 표정을 그럴듯하게 묘사한 점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파랑새’를 그린 이는 1991년 데뷔, 만화잡지에 여러 작품을 실었고 지난해 한 포털에 1년간 연재한 바 있는 중견 이규석 작가(44). 그의 수상 소감이다.
“창작을 하는 작가에게 있어 지금 만화계의 현실은 아직도 어둡습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인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꾸준하게 지속되는 일요신문 공모전 또한 척박한 만화계 현실에선 작가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당선 소식에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낍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