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60대 공약’ 가운데 교통 관련 공약은 △ 시민을 위한 안전지하철! 노후차량·노후시설 전면 교체 △ 대중교통비 부담완화! 청년 대중교통요금 10% 할인 △ 사람중심 보행친화도시, 서울 시즌2 추진 △ 제물포(국회)대로·서부간선도로․동부간선도로 지하화 △ 신분당선 연장 △ 경전철사업 조기 추진 등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난 5월 9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서울시 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층(19~24세) 대중교통요금 10% 할인 부분이다. 뒤이어 언급하겠지만 정몽준 후보 역시 대중교통 요금 할인 관련 공약을 내놨다. 교통요금 할인 공약은 파급력이나 실제 내용에 비해 두 후보 캠프 모두 홍보가 약해 의아한 대목이기도 하다.
박 후보 측은 현재의 카드 운임에서 150원을 뺀 다음 다시 10%를 빼는 수준의 운임을 청년층에게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즉, 19~24세 이용객 운임을 810원 수준까지 내리겠다는 의미다. 소득이 아예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해당 세대 대중교통 요금 할인은 ‘솔깃한 공약’으로 인정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공약을 무작정 환영할 수는 없다.
우선 대부분의 청년 세대들이 이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정책목표로 제시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여기에 대중교통 사업자 재정 누수도 큰 문제다. 요금 인하에 따른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20% 이상 청소년 이용객이 늘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울시내 고속도로 지하화 역시 논란을 여지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 가운데 장거리 터널 운전을 환영하는 이는 별로 없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상과 비교하면 대처가 힘들기 때문이다.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박 후보와 맞붙게 된 정몽준 후보의 교통 관련 공약은 △ 동부간선도로 일부 지하화 △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일부구간 지하화 △ 창동차량기지 이전 △ 23개 간선도로 조속 완공 △ 주택가 공영주차장 100개 신설 △ 새벽 출근 우대 요금 체계 추진 △ 모든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설치 등이 있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문서를 보이며 박원순 후보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 가운데 도시고속도로 지하화는 박원순 후보 공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반면 23개 간선도로 조속 완공이나 주차장 확충 등은 자가용 교통에 대한 지원책으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중점을 둔 박 후보 측 공약과 충돌할 수 있다. 정 후보가 낸 공약들 내에서도 대중교통 친화 공약이 많기 때문에 공약이 다소 일관되지 못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정몽준 후보는 시간대별로 요금 체계를 달리하는 ‘얼리버드(Early Bird)’ 요금 할인 정책을 밝혔다. 서민과 경제적 취약계층 이용이 집중된 오전 5~8시 사이, 그리고 저녁 퇴근 시간대 요금을 일부 인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정책은 일견 흥미롭지만 따져볼 문제가 있다. 출퇴근 시간대 요금 인하는 대중교통 혼잡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철도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수요가 몰리는 이들 시간대에 되레 할증을 부가하는 것이 수요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적잖다. 다만, 7시 이전의 이른 시간대에는 수요 관리가 그리 절실하지는 않다.
두 후보의 교통 공약에는 모두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대중교통 요금을 ‘무조건’ 깎아주는 공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 재정상의 위태로움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후보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광역교통망과 서울시내 교통망의 원활한 연결, 서울시 마을버스 체계 개선과 같은 시급한 과제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다. 물론 광역버스 입석 수송 문제나 마을버스가 준공영제 시스템 바깥에 있다는 문제는 과감한 인프라 투자 및 운임 인상 등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므로, 선거 과정에서 언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서울 교통체계의 중요한 현안을 공약에서 다루지 못했다는 부분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정리=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도움주신 분 : 전현우. 철도 동호인. 서강대에서 분석철학을 전공했다. 여러 매체에 철도 및 교통, 에너지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 『일민시각문화 7: 공원, 한강, 이득영』(공저. 일민문화재단, 2013), 번역서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공역. 살림, 201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