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1이라는 스코어만 놓고 보면 레알마드리드의 대승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날 경기는 두고두고 손꼽힐 만한 최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가운데 한 경기가 될 명승부이자 박빙의 승부였다. 그리고 박빙의 승부를 가른 작은 차이는 코스타와 마르셀로의 차이, 아니 이들을 기용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차이였다.
전반전을 1대 0으로 앞선 아틀레티코마드리드(AT마드리그)는 후반전 90분까지도 1대 0의 리드를 유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전에 뒀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인 92분 레알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다.
연장 전반 팽팽한 경기 흐름을 보여준 두 팀은 연장 후반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심지어 연장 후반 AT마드리드는 역습 기회를 잡았지만 공격수가 공을 따라서 뛰지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수비수 가운데에는 부상으로 절뚝거리는 선수도 있었다.
중계 화면 캡쳐
특히 AT마드라드의 체력 소비가 더 심해 보였는데 그 이유는 세 장의 교체카드 가운데 한 장을 전반 9분 만에 디에고 코스타의 부상으로 사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T마드리드는 사실상 두 장의 교체카드로 연장 후반까지 120분의 혈투를 치러야 했으며 이로 인해 경기 막판 극도의 체력 문제를 드러냈다.
부상으로 결승전 출전이 힘겨워보였던 코스타는 예상을 깨고 선방 출장했지만 단 9분 만에 교체 아웃되며 팀에 큰 부담을 안겼다. 항간에선 코스타의 선발 출장을 시메오네 감독의 배려라고 풀이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AT마드리드의 리그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의 일등공신이었던 코스타에게 결승전 선발 출장의 영광을 선사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것. 만약 1대 0으로 경기가 마무리됐다면 시메오네 감독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에이스 코스타까지 어루만진 명장이 될 수 있았다. 그렇지만 레알마드리드는 그리 녹록한 팀이 아니었다.
반면 연장전 들어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인 레알마드리드 선수는 바로 마르셀로였다. 후반 14분 교체 투입된 터라 체력이 남아 있는 마르셀로는 거듭된 돌파로 AT마드리드 수비진을 힘겹게 만들었다. 게다가 연장 후반엔 팀이 3대 1로 앞서게 되는 쇄기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기막힌 디 마리아의 측면 독파 이후 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지만 이를 헤딩슛으로 극적인 역전골을 집어넣은 가레스 베일이 분명 이날 경기의 최고 수훈 선수다. 그렇지만 한 점 차로 뒤진 AT마드리드의 총공세로 자칫 다시 동점골을 내 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마르셀로가 사실상 경기를 끝낸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후 나온 호날두의 페널티킥 골은 팬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었다.
이처럼 선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코스타를 투입한 시메오네 감독과 후반 기술 좋고 빠른 마르셀로를 투입한 안첼로티 감독의 용병술이 결국 작은 차이를 4대 1의 큰 점수 차를 만들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