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한마디였다. 전격적인 해양경찰 해체와 담화 당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 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조차 이번 대국민 담화의 내용이 빈약했다는 의견이 적잖다. 새누리당 외곽 조직의 한 인사의 관전평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해양경찰청이 공식브리핑을 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해경 해체와 같은 정부조직 개편은 청와대 인적 쇄신안을 먼저 밝힌 뒤 나왔어야 할 이야기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이번 담화는 야권의 실체 없는 새정치 타령이랑 비슷했다.”
친박계 의원실 소속의 새누리당 한 보좌관은 더 나아가 역설적인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지금 해경에서 오히려 좋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해양경찰청이 그간 경찰청과 비교해 서자 취급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해체라지만 사실은 소속이 변경되는 것 아닌가. 대부분 본부(경찰청)로 들어가게 될 텐데 지난해 부활한 해양수산부 산하에 있는 것보다 낫다.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가면 청와대와 직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어차피 이번 세월호 사고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 고위직이라 이들이 대거 빠지면 인사 적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 해체와 함께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5급 공무원에 대한 민간 채용을 확대해 5 대 5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사실상 행정고시의 점진적 폐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정권의 낙하산 인사 문제가 적잖은 상황에서 아예 행정부 자체적으로 끼리끼리 채용하는,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도’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찮다.
물론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존재하는 특유의 연줄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현행 고시 제도를 개선해 진입통로를 개방하고, 공직사회에 민간 전문가가 진출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았던 셈이다. 서울시의 한 주무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관피아’라는 말을 직접 사용했는데, 관피아 척결을 또 다른 관피아들에게 맡긴 것은 아닌지, 또 선거를 앞둔 미봉책은 아니었는지 두고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