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경선에 내는 비용이 수백만~수천만 원에 달해 정당들이 ‘공천장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 22일 곳곳에서 후보자 벽보 부착 작업이 진행됐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내고 정당이 있는 후보자라면 각 정당에 등록비(심사비)를 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무분별한 후보자의 난립과 선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기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통령 3억 원, 시·도지사는 5000만 원, 구청장·시장·군수는 1000만 원, 국회의원 1500만 원, 시·도의원 300만 원, 구·시·군의원은 200만 원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선관위에 기탁금을 내고 각자의 당에 따로 등록비와 경선비 등을 내며 공천에 도전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기초선거 무공천에서 공천으로 선거 방식을 변경하면서 기존 민주당의 후보 등록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자격심사비에 해당하는 등록비를 받고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도 각 후보들이 분담토록 했다.
지방선거 경선은 주로 시·도당에서 관리하는데 등록비 부분은 지역이 일괄적으로 통일돼 있다. 등록비만 살펴보면 광역단체장의 경우 중앙당에서 경선을 관리하기에 중앙당에 등록비로 300만 원을 낸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중앙당에 50만 원, 시·도당에 250만 원을 등록비로 내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중앙당에서 자격심사를 하고 여기서 합격한 후보들이 이후 각 시·도당에서 심사를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 후보들은 모두 시·도당에서만 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광역 의원은 200만 원, 기초의원은 100만 원의 등록비를 내고 광역 비례대표 후보는 300만 원, 기초 비례대표 후보는 200만 원의 등록비를 시·도당에 낸다.
동작구청장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의 한 측근은 “기초단체장의 경우 등록비를 중앙당과 시·도당에 2중으로 냈다. 자격심사를 하는 것이라지만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돈이 들어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 가격이 적합한지 모르겠다”며 “여론조사도 지원이 없어 가격만 해도 엄청난데 심사를 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하니 정치 신인들은 출마 자체가 어렵고 기존 정치인들이 유리하다. 여론조사 비용 680만 원을 포함해 경선에서 낸 비용만 1000만 원 가까이 들었는데 여론조사비도 비싸지만 당에서 등록비 등을 책정하는 부분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선대위의 회의 장면. 이종현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합당을 하며 5 대 5 지분을 약속하면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천 신청을 한 정치 신인들도 상당수였다. 그런데 당에서는 애초 기초비례대표 출마자들의 등록비를 광역 1000만 원, 기초 500만 원으로 기존의 2~3배 가까이 오른 가격을 책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자는 “처음에는 1000만 원으로 책정돼 후보들의 반발이 일었고 이후 하루이틀 만에 다시 예전 가격으로 내려갔다. 새누리당은 등록비가 80만 원이라고 들었는데 너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새정치연합 기초선거 후보들은 지방선거에서 경선 없이 후보를 한 사람으로 결정하는 단수공천(전략공천)에 대해서도 부적합한 등록비용이 적용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임영임 전남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전남도당이 중앙당 시행세칙을 무시하고 후보 접수 다음날 명단을 작성해 선거인단 투표나 면접도 없이 그 다음날 후보자를 공고했다. 이런 절차에 200만 원씩 등록비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비례대표선관위원장 등을 고발하겠다고 반발했다.
공천에서 떨어진 한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도 “전략공천 탓에 경선을 해보지도 못하고 떨어졌다”며 “등록비 300만 원은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 다른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는 동안 주말에 면접을 한 번 봤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당은 등록비에 대해 자격심사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총무국 관계자는 “등록비는 공천심사료다. 나머지 여론조사 등의 경선은 후보가 분담을 한다. 비례대표의 경우 등록비를 돌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천 심사를 다 받았는데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초반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2010년도 비용으로 내린 것은 항의가 너무 많아서 그랬는데 그러다보니 선거 비용이 부족해 난감한 상황이다. 비용은 들어가는데 후보들이 낸 돈은 적은 편이라 당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등록비는 같았지만 특별당비로 5000만 원씩을 냈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19일 새누리당 선대위 회의에서 이완구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등록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절반 정도다. 광역단체장 경선은 중앙당에서 관리하며 150만 원의 등록비를 받고 기초단체장은 시·도당에 100만 원의 등록비를 낸다. 광역 의원도 등록비로 시·도당에 80만 원을, 기초 의원은 50만 원을 낸다. 광역 비례대표와 기초비례대표도 기초의원들의 가격과 같다. 하지만 등록 전까지의 6개월치 당비를 내야 하는 ‘책임당원’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6개월치 당비를 내고 책임당원이 되기 위해서는 광역 후보는 한 달에 20만 원, 기초 후보는 한 달에 10만 원씩으로, 각각 120만 원과 60만 원의 당비를 내야 한다.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도입한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에 있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처럼 각자 부담으로 진행해 후보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새누리당은 무공천 대신 국민들의 참여가 가중된 상향식 공천을 선택했지만 기존에 전략공천으로 등록비 정도만 들었던 후보들이 여론조사 등으로 가중된 경선 비용을 떠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중앙당 기획조정국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에 따른 여론조사 경선은 당에서 전혀 지원하지 않고 후보자의 합의에 따라 후보자 부담으로 진행했다”면서 “당비를 받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책임당원을 우선적으로 받겠다는 취지다. 당원 투표의 경우에도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부터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후보자들의 등록비 문제가 공천권으로 돈을 버는 ‘공천장사’라는 뒷말을 낳는 이유는 본격적인 선거 이전에 치러지는 경선과 관련해서는 모두 후보 개인의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지게 되면 등록비를 포함해 경선에 들인 돈은 일체 반환받을 수 없다. 지난 19일 선거관리위원회는 6·4 지방선거에 참여한 정당 중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에 선거보조금으로 총 389억 1000만여 원을 지급했다. 이중 새누리당은 176억 800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은 163억 5000만여 원을 받았다.
한 정치 평론가는 “당에서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당에 국가보조금이 지급되고 선거철에는 선거보조금이 따로 또 나온다. 선거보조금 액수가 만만찮은데 경선 과정 대부분을 후보에게만 부담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각 시·도당은 주로 선거보조금을 인건비와 활동비, 홍보비 등으로 쓴다. 지방 선거에 정치 신인들이 나올 수 있도록 선거보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