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빌딩 야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들 9종목의 평균상승폭은 6.78%, 불어난 시가총액은 17조 79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불어난 코스피 시총의 41.26%에 해당한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상승폭은 2.82%에 그쳤다. 특히 이 회장 위독설이 돌던 지난 16~19일 이들 종목 주가 상승폭은 가팔랐다.
증시 관계자는 “삼성SDS 상장 수혜에다, 그룹의 경영권과 연결된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삼성물산 관련주들의 보유 계열사 지분가치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의 향후 역할이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다시 주가가 움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가치만 15조 원에 달하고, 삼성물산 역시 자산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만 8조 원이 넘는다.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데다, 삼성카드, 삼성전기 등과 함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18% 넘게 갖고 있다. KCC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서현 자매, 삼성 계열사, 자사주로 사분된 삼성에버랜드 지배구도에서 17%의 지분율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쥐고 있다.
삼성뿐 아니다. 총수가 고령이거나, 후계구도가 마무리되지 않은 그룹들의 지배구조 관련주들도 들썩였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3인방’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작아서 정의선 부회장 후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아차도 원화강세라는 악재를 뚫고 5.62%나 올랐다.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 발판인 현대글로비스도 4.94% 상승했다. 이 기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상승률이 1.97%, 2.41%로 시장평균에도 못 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왼쪽부터 삼성가 차녀 이서현 사장, 장녀 이부진 사장, 장남 이재용 부회장. 임준선 기자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38%나 되는 SK그룹 지배회사 SK C&C는 11.63% 치솟았고, 조양호 회장의 후계자가 아직 미정인 한진그룹도 지주사인 (주)한진이 29.4%나 급등했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도 5.1% 상승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계열사 지분은 경영권 경쟁이 벌어지면,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시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쟁이 나타날 때 발현되지만, 일단 경영이 안정되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속성이 강하다”면서 “경영권 경쟁을 노린 투자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이용해 삼성의 곳간을 노리는 투기적 세력들이 지분을 매집할 가능성도 있다”며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그동안의 고집을 꺾고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친 것은 카리스마 없는 새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한 탓이 크다. 삼성전자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배당가능이익(이익잉여금)은 154조 원이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은 59조 원을 넘는다. 지난해 현금 배당액은 겨우 2조 1870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주주들의 요구에는 호응하면서 만일의 경영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SK(주) 빚 내서 자사주 매입 까닭 최 회장 지주사 경영권 꽉 쥔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가 자사주 매입자금 절반가량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게다가 발행하는 회사채 가운데 40%는 계열사인 SK증권이 인수한다.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빚까지 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꼴이다. SK(주)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최태원 회장→SK C&C→SK(주)→주력계열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가 ‘최 회장→SK(주)→주력계열사’로 정비될 수 있다. 어찌된 사정인지 짚어봤다. 최태원 회장 SK(주)의 자사주를 취득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지배구조상 변화가 가능해지는 점을 알 수 있다. 26일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SK(주)의 자사주지분은 883만 4246주로 총발행주식의 18.81%가 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최대주주가 구성한 이사회에 처분 권한이 있다. 이 자사주와 최대주주 SK C&C 등의 보유지분(31.84%)을 합치면 지분율은 50.58%에 달하게 된다. SK(주)의 지배주주 지배력이 50%를 넘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 C&C는 상장 당시부터 SK(주)와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졌다. 합병으로 최 회장이 SK(주)를 직접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 C&C의 최 회장 등 일가 지분 48.51%의 시장가치는 4조 750억 원가량이다. SK(주) 최대주주와 자사주의 시장가치의 합인 4조 4775억 원과 엇비슷하다. 합병을 하든 주식 맞교환(스왑·Swap)을 하든 최 회장은 지주사 지분의 절반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의 경우 합병법인을 또 다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여러 차례 경험이 있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는 주식 맞교환에 무게를 싣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