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고양시의원에 출마한 무소속 심동철 후보가 선거운동 중 어린이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일요신문]선거비용 300만 원. 유세차량, 선거운동원, 그 흔한 피켓 하나 없이 홀로 거리를 누비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 고양시 시의원에 출마한 무소속 심동철(라 선거구: 행신1, 3동)후보다.
심 후보는 6.4지방선거 출마의 변을 통해 “그냥 편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나 사명이라면 감당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남들은 300만 원으로 무슨 선거를 치르겠냐고 비아냥거리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3가지 공약을 내걸고 작은 변화에 대한 큰 도전을 시작했다.
“고양이 바뀌면 한국이 바뀝니다. 위에서의 개혁이 아닌 미약하고 세부적인 것부터 고쳐나가야 전체가 삽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그만한 역량이 있습니다.”
시스템보다 시민의 양심과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우리 민족은 위기극복을 풀뿌리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임진왜란, 행주산성대첩, IMF 관리 시절 금모으기, 태안반도 기름 유출피해 극복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정치자금 혁신은 저부터 실천할 것이며 이번 지방선거는 300만 원으로 끝내겠습니다. 또 정치적 소신을 갖고 무소속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시의원 후보 등록 후 30여전에 몸담은 대우빌딩을 찾아 김우중 전 회장의 `세상을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휘호 앞에서 결전을 다짐하고 고개 숙인 한국의 중장년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심 후보는 이번 선거 출마에 대해 많이 망설였다. 교회 담임목사의 권유와 도움으로 후보등록까지 마쳤지만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침내 제 인생의 위화도 회군을 감행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 아빠의 용기있는 결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왔습니다.”
심 후보는 홀로 지역민들을 만나면서 토론식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재킷 포켓에 꼽혀져 있는 이태리 때밀이 수건에서 홍보용 명함을 꺼내고선 `왜 자신이 시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깨끗한 정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유권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제 말에 동의하고 인정하면 10명을 대상으로 선거운동 한 파급 효과가 있어요. 지나가는 학생하고도 시간을 함께 해요. 아마 집에 가면 부모에게 잘 전달될 겁니다. 모두 제 팬으로 만드는 거죠”라며 활짝 웃었다.
14년 전 혹독한 IMF의 어두운 그림자는 한창 잘 나가던 사업가인 심 후보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후 그는 13평 임대아파트에서 단돈 3만 원과 중고컴퓨터로 김치장수를 시작했다.
“김치장수를 시작해 7년 동안 족히 5번은 거듭 죽었습니다. 마침내 김치 상품권과 인생김치스토리로 가문의 부활을 이뤘지요. 아직 임대아파트에 살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합니다.”
그는 시의원에 당선된다면 ▲고양시부패감시단 ▲디지털신문고 365 ▲디지털자명고 24 ▲시민 CCTV 300 등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앞으로 100만 명 온라인 팔로우를 모아 저비용, 고효율인 그리스 아테네식 직접민주주의를 리폼한 디지털정당을 창당해 한국정치의 역성혁명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운동에 뛰어든 그의 각오는 선거홍보물에 잘 나타나 있다. `사즉생(死卽生)`, 다시 말해 `죽고자하면 살아남고 이웃까지 살린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풀뿌리에 중앙당 공천이 필요합니까? 헛된 공약대신 참신한 인물을 원하십니까? 좌초한 한국 정치 그대로 두고 보실 겁니까?”
이제는 거수기 대신 `시민의 CCTV`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심 후보의 생각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그는 이번 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김치펀드`를 모집했다. 또 동네 카센터 사장도, 그리고 멀리 부산의 한 어시장 청소부 아저씨도 후원금을 보내왔다. 보이지 않게 마음으로 지원하는 동네 주민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출마선언 후 여러 가지 불가능한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총체적위기상황과 긍정의 힘과 결단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혈혈단신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 힘들지만 보람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수인번호 5번, 성명 심동철, 죄목 세월호 사건 및 주요 국가 전복 위기를 14년간 암묵적 방관하며 밥벌레 한 죄, 최종판결일 6월 4일, 법정최고형 사회봉사명령 4년 예상.”
주성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