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인적 쇄신이 난항에 부딪힌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새 총리가 임명돼야 2기 내각을 출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후임 총리 발표가 의외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선 6·4 지방선거 전에 발표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진 않지만 안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청문회 통과’가 가장 최우선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또 법조인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김용준 전 후보자, 정홍원 현 총리, 안 후보자 3명의 법조인을 연속으로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던 까닭에서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관료 출신도 후보군에선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종합해봤을 때 현재 여권 안팎에선 김무성·최경환 의원 등의 중진급 정치인이 유력하게 오르내린다.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됐고, 또 개혁에 필요한 리더십과 정무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당내 역학구도와 깊이 얽혀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김무성 의원도 지난 30일 공개적으로 “총리직 제안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비박계 좌장이자 잠재적 대권후보이기도 한 김무성 의원을 총리로 발탁하는 모험을 선택하겠느냐. 또 친박을 이끄는 최경환 의원을 당에서 빼오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홍원 총리 사의 발표 후 안 후보자와 함께 후보군에 오르내린 바 있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정치권에선 둘 중 김 전 위원장보다는 한 위원장 발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친박 일각에선 박 대통령 원로그룹 중 한 명을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춘 실장 거취와도 맞물린다. 김 실장이 물러날 경우 대폭 힘이 세진 총리 자리에 박 대통령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원로급 인사가 배치돼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 원로 멘토 모임으로 알려진 ‘7인회’ 소속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