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세월호 침몰 18일째인 지난 5월 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경수 새정치연합 경남지사 후보와 친분이 두터운 야권의 한 당직자는 이번 논란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 당직자는 문재인 의원의 단일화 측면 지원 발언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문 의원은 지난 23일 경남 창원 김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중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 여부에 대해 “당 대 당은 어렵지만 지역에서 이뤄지는 후보 간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답한 바 있다. 앞서 당직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자신의 당선을 향해 뛰는 김경수 후보 개인이라면 단일화 시도를 언급해도 문제가 전혀 없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는 자칫 지역 단일화 문제가 중앙 정치 무대로 번져 여권의 색깔론 역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 의원의 발언 직후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문제를 겨우 수습한 상황이지만,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국면에서 당내 양 진영의 엇박자 행보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은 치명타다.”
일단 김경수 후보는 지난 5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 지도부와 대립하면서까지, 출당을 각오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해왔지만 야권연대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단일화는 사실상 어렵다”며 강병기 후보와의 단일화 중단을 선언했다. 여기에 강병기 후보 역시 새정치연합 중앙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남지사 단일화는 불발로 일단락 된 것이나 다름없다.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 논란은 수습국면에 들어섰지만, 앞서 당직자가 언급했듯 문 의원의 엇박자 행보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특별성명’ 등 문 의원이 선거 국면에서 수차례에 걸쳐 언급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심판론’ 역시 당 지도부에 있어선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의원의 심판론 제기는 분명 당 지도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행보다. 현재 김한길 안철수 공동 지도부는 되도록 선거 국면에서 자극적인 심판론은 삼가고 있다. 앞서 수차례 선거에서 당해왔듯 여러 명분의 심판론이 자칫 역풍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 지도부는 세월호 문제만큼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선거판이 아닌 원내 테이블에서 문제를 다루고자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신문>과 만난 신주류의 한 중진 의원은 특히 문재인 의원의 ‘담화정치’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세월호 문제는 이미 원내 테이블로 넘어간 상황이다. 문 의원은 매번 중요한 국면마다 지도부와는 무관한 독자적인 담화 발표로 당 분위기를 흐렸다. 지난 서해 북방한계선(NLL) 국면에서 발표한 담화 역시 자신은 물론 당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발표한 세월호 관련 담화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 국면에서 자극적인 담화를 발표하기 이전에 현재 당 지도부가 집중하고 있는 원내 테이블에 힘을 보탰어야 했다. 문 의원이 아무리 대권주자라 해도 개인 명의의 담화 발표는 이제 자제해야 한다. 여권의 어떤 대권주자들도 이러한 담화정치는 하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패와 무관하게 구주류 진영의 좌장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문 의원의 당권과 대권을 향한 행보는 앞으로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적극적인 독자행보를 나설 생각이었다면 안철수 진영과의 합당 당시 절대 당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당의 합류는 잠행 이후 대권 재도전이라는 ‘안전’을 택한 것이다. 선거 이후 당분간은 잠잠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회는 계속 노릴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당권이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면 가장 먼저 나설 것은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진영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