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희귀 클래식카들이 5월 23~2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에 참가해 우아함을 뽐냈다.
# 이스파노 수이자 H6 (1922년)
스페인의 자동차회사였던 이스파노 수이자가 제작한 고급 승용차. 6597㏄의 V6 경량합금 엔진을 탑재해 135마력의 놀라운 힘과 최고 130㎞/h의 속도를 자랑했다. 이탈리아 출신 할리우드 스타 루돌프 발렌티노의 애마로도 유명했다. 이스파노 수이자가 H6 시리즈의 후속 모델로 내놓은 ‘타입 68’ 등은 1920~30년대에 유럽에서 롤스로이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 듀센버그 A 스트레이트 8 (1923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엔지니어 듀센버그 형제가 세운 듀센버그 자동차의 초창기 양산 모델. 8기통 4264㏄ 엔진이 88마력의 파워를 뿜어냈다. 최고 시속은 136㎞. 이 A형 모델은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우승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지녔지만 ‘독일차’라는 오해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1928년 내놓은 듀센버그 모델 J가 할리우드와 상류사회에서 붐을 일으키면서 한때 미국에서 최고급 자동차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 알파 로메오 6C 1750 GS (1931년)
최고차로 선정된 알파 로메오 6C 1750 GS. 사진제공=BMW그룹
이탈리아 자동차메이커 알파 로메오가 내놓은 ‘6c’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V6 1752㏄ 엔진이 최대 85마력의 힘을 뿜어냈다. 2012년 이 전시회에서 ‘가장 멋진 클래식 자동차’로 꼽히기도 했다.
# BMW 328 (1937년)
1930년대 BMW의 대표 스포츠카. 당시로선 획기적인 파이프 용접 방식으로 제작된 프레임과 알루미늄 보디를 채택해 공차 무게가 780㎏에 불과했다. 여기에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유선형 디자인과 6기통 1969㏄ 엔진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최고 150㎞/h의 속도를 뿜어냈다. 큰 차들이 즐비하던 모터스포츠 경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작지만 강한 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 부가티 타입 57 (1937년)
1930년대 후반 ‘아름다운 투어링 카’로 손꼽혔던 고성능 스포츠카. 부가티 설립자인 에토레 부가티의 아들 ‘쟝’이 디자인한 모델로도 유명하다. 쟝이 1939년 시험주행 중 사고로 사망하면서 마지막 유작으로 남게 됐다. 8기통 3257㏄ 엔진을 장착해 160~180㎞/h에 이르는 놀라운 스피드를 발휘했다. 수려한 스타일만큼 성능도 뛰어나 1937년, 1939년 르망 24시간 대회를 석권하기도 했다.
# 롤스로이스 레이스 (1938년)
영국의 최고급 자동차회사 롤스로이스가 팬텀 시리즈 이후 1930년대 후반기에 내놓은 모델이다. 레이스란 유령이란 의미. 자동차의 정숙함과 스피드를 강조해 팬텀 등 ‘유령’을 모델명으로 삼는 롤스로이스의 전통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6기통 4257㏄ 엔진과 4단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 90마력의 힘을 내뿜었다. 492대만 생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 재규어 XK 120 (1952년)
재규어 XK 120
1950년대를 풍미한 2인승 스포츠카. 3442㏄ 6기통 엔진이 최고 180마력의 파워를 뿜어냈다. 최고속도는 200㎞/h. 1950년대 초중반 르망 24시간 그랑프리대회에서 5번이나 우승을 이끌어내 탁월한 성능을 공인 받았다.
# 란치아 아우렐리아 B24 스파이더 아메리카 (1955년)
고급차를 생산하던 이탈리아 자동차메이커 란치아(1969년 피아트가 인수)의 대표작 중 하나. 2450㏄ V형 6기통 엔진을 장착해 최고 118마력의 힘을 뿜어냈다. 란치아의 설립자인 빈센초 란치아는 엔지니어이자 레이서로 활약했는데, 앞바퀴 독립현가장치, 4륜 브레이크 등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기술을 많이 구현한 것으로 유명했다.
# 페라리 250 GT 투어 드 프랑스 (1957년)
페라리 250 GT 투어 드 프랑스
페라리 최초의 걸작으로 꼽히는 250 시리즈 중 한정판 모델이다. 레이싱 경기인 ‘투어 드 프랑스’ 우승을 기념해 77대가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2953㏄ V12 엔진이 무려 260마력의 괴력을 발휘했다. 몇 해 전 경매시장에 동일 모델이 경매가 45억 원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메르세데스 벤츠 300 SL (1958년)
메르세데스 벤츠 300 SL
애초 자동차 경주를 위해 제작된 모델로 르망 24시간 대회 등에서 우승을 휩쓴 뒤 54년부터 양산형 모델이 출시됐다. 알루미늄 보디 등으로 차체 무게를 가볍게 하고 2995㏄ V6엔진(최대출력 212마력)을 탑재해 시속 260㎞에 달하는 놀라운 스피드를 자랑했다. 마치 날개가 달린 듯 위로 열리는 ‘걸윙 도어’를 최초로 채택해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자동차 마니아들을 매료시켰다. 1950년대에 가장 빠른 양산차였으며 최초의 슈퍼카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