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야마가 지난 5월 16일 공판 후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경찰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5월 19일 범행을 자백했다.
2012년 7월 일본 관공서와 니찬네루(2ch) 게시판에는 13차례에 걸쳐 대규모 살인 범행 예고 글이 올라와 일본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사건 초기 일본 경찰은 컴퓨터 사용자 4명을 체포하는데, 모두 무죄로 밝혀지며 연거푸 풀어주는 등 망신만 톡톡히 당한다. 범인이 컴퓨터를 원격 조작하는 바이러스를 사용, 범행에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범인은 메일을 통해 “경찰과 검찰을 골탕 먹이고 싶었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 끝내지만, 언젠가 또 같이 놀아보자”라며 수사당국을 비웃었다. 일본 사회가 떠들썩해졌다.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진범을 놔두고, 엉뚱한 사람만 붙잡아들였다”며 오인체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해가 바뀌어 2013년 1월, 범인은 3개의 퀴즈를 동봉한 메일을 경찰 앞으로 보내온다. 퀴즈를 풀면 ‘에노시마 지역에서 분홍색 목걸이를 한 고양이를 찾아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은 문제의 고양이를 발견하고, 목걸이에서 바이러스 파일의 설계도가 담긴 SD카드도 회수하게 된다. 또한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샅샅이 뒤져 유력한 용의자 가타야마 유스케의 신원을 파악한다. 영상에는 가타야마가 고양이에게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가타야마는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했고, 즉각 인권변호사 사토 히로시를 중심으로 용의자를 위한 변호인단이 꾸려졌다. 사토 변호사는 “검찰이 간접적인 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하려 한다”면서 가타야마가 무죄임을 거듭 강조했다. 공판 과정에서도 가타야마는 줄곧 “나는 결백하다. 원격조작 바이러스를 쓸 줄도 모른다” “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이다. 제발 진범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가타야마는 재판 진행 중인 지난 3월, 약 1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다.
가타야마의 범죄 행각을 보도하는 NHK 뉴스. NHK 방송 캡처
그리고 결정적인 반전의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5월 16일 가타야마가 법정 피고석에 앉아있던 그 시각, 각 언론사에 진범을 자처하는 사람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혼란은 가중됐다. 삽시간에 “가타야마가 진범이 아니다”는 여론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반전의 시작이었다. 경찰이 “언론사에 도착한 메일은 용의자 가타야마의 자작극”이라고 밝혀냈기 때문이다.
가타야마의 보석 이후 뒤를 밟아오던 경찰은 메일이 도착하기 전날인 15일, 가타야마가 도쿄도내 하천가에서 몰래 휴대전화를 파묻는 장면을 목격한다. 카타야마는 ‘대포폰’으로 이메일을 예약 발송 설정을 해놓은 뒤 단말기를 묻어 증거를 없애려 했었던 것. 그러나 경찰이 미행중이라는 사실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해 꼬리가 잡히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다음 날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단말기를 회수한 결과, 메일 내용은 물론 가타야마의 DNA가 검출돼 압박에 들어갔다.
꼼짝없이 자작극이 들통 날 위기에 처하자, 19일 가타야마는 부랴부랴 변호인에게 “모든 범행은 내가 저질렀다”고 진범임을 자백했다. 또 한 번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가타야마가 진범이 아닐 것’이라고 믿어 온 이들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었다. 사토 변호사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악마가 가면을 쓰고 있던 것을 간파하지 못했다. 형사사법종사자로서 깊이 반성한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날 가타야마는 다시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 범인과 경찰의 2년에 걸친 진실게임은 종지부를 찍었다. 일각에서는 괜한 자작극을 벌여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꼴인 범인을 두고, “사이버공간에서는 그토록 철두철미했던 그가 현실에서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면서 “범인이 똑똑한 건지 바보인지 알 수가 없다”고 황당해 하기도 했다.
SD카드를 목에 건 문제의 고양이.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가타야마는 도쿄도내 명문 사립중고를 거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인관계가 서툴렀던 탓에 주위에는 어머니밖에 없었으며, 컴퓨터가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이후 대학을 중퇴하기로 결심한 그는 전문학교에서 정식으로 컴퓨터를 배워 IT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범행 동기에 대해 가타야마는 “내 안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는 악마가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그냥 실력 테스트 차원이었지만, 점점 앞뒤를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타야마는 스스로 ‘사이코패스(정신병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가타야마의 정신 감정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정신 감정 결과에 따라 무죄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 이런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미국은 인구 4%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이코패스인 반면,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의 비율은 극히 적다”는 근거와 함께 “본인 스스로 사이코패스라고 자각하고 있다니 우스울 뿐이다. 사이코패스보다는 일종의 관심병인 ‘중2병’에 단단히 걸린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