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 뜨고 있는 재난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지금 소개하는 ‘대지진 2014’가 바로 그 작품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지진, 그것도 아마 어마한 규모의 대규모 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로 2014년에 제작된 최근 영화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대지진 2014>는 어디까지나 한국 제목일 뿐이다.
영화의 원제목은 <Super Eruption>, 한국어로 번역하지만 <대분화> 정도다. 실제로 이 영화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 상황을 다룬 재난 영화다. 따라서 미국 제목은 이상할 게 없다. ‘대규모 화산폭발’, ‘대규모 마그마 분화’ 등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 제목은 이와 관련 없는 ‘대지진’일까. 물론 화산 분화 과정에서 지진도 발생하지만 영화는 지진보다는 대분화로 인해 대지로 넘쳐흐르는 마그마가 주된 공포의 대상이다. 아무래도 최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대지진이 거듭 화제가 됐으며 지진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끈 데 편승하기 위한 한국 제목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속아서는 안 되는 영화다.
다음은 ‘2014’인데, 이것 역시 한국에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이 2014년 5월이라는 의미가 전부다. 실제로는 2011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로, 극장 상영 목적이 아닌 TV 영화다. 유럽 주요 국가에선 이미 2011년에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일본에서도 지난 2012년 DVD로 출시됐다. 2014년에야 이 영화를 수입한 한국 수입업자가 <대지진 2014>라는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이 커지면서 가장 인기 콘텐츠는 단연 재난 영화다. 이로 인해 재난 상황을 다룬 외국 TV 영화가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으로 수입돼 정체불명의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인 것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지진 2014>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한 영화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TV 방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역시 상당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미드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는데 몇몇 미국 TV 드라마와 TV 영화는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뒤지지 않는 규모와 재미를 주곤 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대지진 2014>는 그렇지가 않다.
우선 재미가 없다. 옐로스톤 화산 폭발로 사실상 지구가 멸망하지만 지하 벙커에 살아남은 여자 과학자가 2일 전의 자신과 교신하며 화산 폭발로 인한 지구 멸망을 막아낸다는 ‘타임슬립’ 설정은 좋았지만 화산 폭발을 막아내는 과정이 너무 조악하다.
특히 마지막에는 마그마를 결정화시키는 기술을 통해 화산 폭발을 막아내는 데 이런 설정은 매우 과학적이지 못하다. 땅 속의 마그마가 결정화되면 화산 폭발은 막을 수 있어도 지구는 오히려 멸망할 것이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지구는 내핵과 외핵, 맨틀, 그리고 지각으로 이뤄져 있다. 지각 내부에선 핵과 맨틀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만약 마그마를 모두 고체로 만들 경우 지구 내부에선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화산 폭발 따위하곤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아직은 티격태격거리는 사이인 남성과 이틀 뒤 자신이 사랑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된 뒤 ‘이틀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미래의 자신에게 묻는 여자 과학자의 질문 정도가 유일하게 현실적일 정도다.
결국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인 여자 과학자 케이트와 국립공원 순찰대장 영의 이야기로 케이트는 과학적으로 대재앙을 막아 내고 영은 화산 폭발의 상황에서 위기의 사람들을 구해낸다. 캐릭터에서 이미 영화의 스토리가 예상되고 영화는 여기에 충실하다.
다만 케이트의 과학적인 재앙을 막아내는 방법은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설득력이 떨어지고 영이 마그마 사이를 헤치며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말도 안 되는 데다 볼거리도 빈약해지고 말았다.
@ 줄거리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산이 대폭발의 위기에 내몰리고 여기서 근무하는 화산학자 케이트(줄리엣 오브리 분)가 대규모 대피를 주장하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로 대폭발이 일어나고 케이트는 순찰대장 찰리 영(리차드 버기 분)과 함께 관측탑 지하 벙커로 몸을 숨긴다. 사실상 지구는 그렇게 멸망의 길에 내몰린다.
다시 영화는 이틀 전으로 돌아간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설치된 관측탑에서 일하는 화산학자 케이트와 공수부대 출신의 공원 순찰대장 찰리 영은 전혀 다른 성격과 직업관으로 인해 매일 티격태격 거리지만 점차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된다.
어느 날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이상한 기운이 포착되기 시작한다. 간헐천 수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데 본래 간헐천이 아닌 곳까지 수온이 급상승하면서 사고가 잇따른다. 갑작스런 화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던 케이트는 우연히 컴퓨터로 접속해온 이틀 뒤의 자신을 만난다. 그의 지시에 따라 케이트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관광객을 모두 철수시킨다. 그렇지만 이미 마그마가 넘쳐흐르기 시작했고 찰리 영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구한다.
이틀 뒤의 자신에게 각종 자료를 건네받은 케이트는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이틀 뒤의 대폭발을 막아낼 수 있을까. 또 영은 자신을 찾아온 친딸을 비롯한 관광객들을 모두 구해낼 수 있을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재난 영화라면 무조건 보고 싶다면 클릭
<2075 세계멸망>처럼 환경 보호를 주된 내용으로 한 TV영화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로 잘못 알려진 데 비하면 <대지진 2014>는 재난 영화가 맞긴 하다. 비록 제목과 달리 지진이 아닌 화산 폭발을 다룬 영화지만.
폐광 함몰 사고를 그린 <지구대참사>나 산사태를 다룬 <201X> 등은 분명 재난 영화지만 지구의 멸망 등을 다룬 대대적인 재난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만 그렇게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다.
<대지진 2014> 역시 이런 종류의 영화 가운데 하다다. 한마디로 과장되고 부풀려진 재난 영화라는 얘기인데, <대지진 2014>는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재난 영화라면 무조건 보겠다는 이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0원
저작권을 가진 모든 콘텐츠는 무료로 공유되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정한 추천 다운로드 금액이다. 기자 개인적인 견해는 누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이 영화는 보지 않겠지만.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