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수전 스펜서-웬델은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신문사와 법원을 오가며 지역 형사법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기사를 써서 <팜비치 포스트>에 실었고, 삼남매의 다툼을 해결하고 치다꺼리를 하며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평범하기만 했던 2009년의 그 여름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옷을 갈아입다가 그녀는 왼손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앙상하고 파리했고, 손바닥에 힘줄이 선명했고, 뼈가 툭 불거져 있었다. 남편 존이 병원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로부터 2년,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료 예약과 검사를 거듭한 끝에, 2011년 6월 수전은 ALS 확진을 받았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더 잘 알려진 이름은 루게릭병. 근육에 붙은 신경이 죽으면서 근육까지 죽게 만드는 신경근 질환으로, 근육에서 근육으로 계속 퍼져나가며 밝혀진 원인도 치료법이나 치료약도 없다.
진단을 받을 당시 수전은 이미 혼자서는 열쇠를 돌려 문을 열 수도 없고 이를 닦을 때 혀가 경련을 일으키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병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제 그녀가 최소한의 건강의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1년 남짓.
수전은 그 시간 동안 “야단스러운 임상실험의 일부가 되어 위약이나 받아먹는 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릇된 희망을 주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의사를 찾아다니지도, 구글 검색에 미쳐 지내지도” 않기로 한다.
대신 그녀는 그 1년을 지혜롭게, 두려움 없이, 무엇보다도 기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아이폰 터치스크린을 한 글자씩 눌러 책을 완성했다.
슬픔과 절망보다는 삶의 기쁨과 낙천주의, 유머를 담았다.
문학동네. 1만 4800원. 4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