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구체적으로 초등학생은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인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화목한 가정’(43.6%), ‘건강’(20.6%), ‘자유’(13.0%) 순으로 꼽았다. 중학생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응답(23.5%)이 가장 많았으나 초등학생에 비해 비율이 크게 줄었고, ‘성적향상’(15.4%)이 후순위를 기록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행복의 조건이 크게 달라졌다. 제1조건으로 ‘돈’(19.2%)을 꼽았고, ‘성적향상’(18.7%)이 그 뒤를 이었다. ‘화목한 가정’(17.5%)은 3순위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연구팀에 따르면 그간 꾸준히 행복지수가 상승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상대적으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트위터 등 SNS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10대들의 행복관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교생들이 제1의 행복조건으로 ‘돈’을 꼽은 데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그런데 의외로 “공감한다”거나 “잘못된 인식은 아니다”는 의견이 꽤 많아 눈길을 끌었다.
ast****는 “어른들이 돈이 최고인 세상을 만들어놓고, 청소년들에게 다른 가치관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돈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건 사실 아니냐”고 물었다. jkl****도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일찌감치 돈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 잘못된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고 적었다. sky****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태면서 비로소 느낀 게 바로 돈의 소중함”이라며 “행복에도 비용이 필요하며, 그 비용에는 땀이 수반된다는 것을 10대 때 인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돈을 행복의 최고조건으로 보는 고교생의 시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kbc****는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공헌과 나눔 같은, 보다 가치 있는 행복의 잣대를 지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new****는 “돈을 행복의 척도로 삼으면, 결국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이 있다가도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한 번 잃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품고 지키는 데서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bin****도 “우리의 10대들이 ‘행복은 재산순’이라는 가치관을 지니고 자라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되는 교과과정의 도입 등이 정말 절실하다”고 적었다.
고학년이 될수록 행복의 조건이 달라지는 현상을 흥미롭게 분석한 이들도 있었다. one****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화목한 가정’을 행복의 제1조건으로 꼽은 것은 그만큼 가정불화가 많다는 반증”이라며 “고교생이 ‘돈’을 행복의 우선조건으로 꼽은 것 역시, 가정불화의 이유가 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ou***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자신들이 겪는 불행으로부터 역설적으로 행복의 조건을 찾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