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행위방지 조례 위반 혐의로 미야자키현 경찰서에 체포된 가쓰누마 하지메 씨(34)는 못마땅해 하며 이렇게 투덜댔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미야자키현 에비노시를 주행 중이던 전철 안. 가쓰누마 씨는 마주보고 앉아있던 여고생에게 악수를 요구. 여고생이 차마 거절하지 못해 내밀었던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고 한다. 공포심을 느낀 여고생은 다음 날 교사에게 상담했고,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해 결국 가쓰누마 씨가 체포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체포 이유에 대해 “악수만이 아니라 전철 안에서 여러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서 “용의자는 이번 사건 외에도 여고생들에게 악수를 요구해 신고 접수된 적이 몇 차례나 더 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가쓰누마 씨는 “원래부터 교복 입은 여고생들을 좋아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만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악수할까?’라고 말을 걸게 됐다”며 순순히 그 동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그는 이번 사건 전부터, 고향 가고시마현 학생들 사이에서 ‘악수 아저씨’로 불리는 유명 인사였다. 한 여학생은 “‘악수해 주지 않을래?’하며 여고생에게 다가오는 아저씨가 있다고 학교에 소문이 자자했다. 아저씨의 인상착의는 머리숱이 많지 않고, 통통한 체형으로 아무래도 오타쿠가 분명하다는 말들이 떠돌았다”고 전했다.
여고생들과 악수를 원하는, 어찌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남자.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훌륭한’ 학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본수학올림피아드 본선에 진출할 만큼 뛰어난 수학영재였다. 그 뒤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에 입학, 동대학 대학원까지 진학한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은 수재였던 것. 그러나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으로서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졸업 후 히타치 그룹 연구소에 취직한 그는 7년간 다닌 뒤 퇴직하고 고향 가고시마현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무사사무소에서 일하게 되나 그것도 잠시, 곧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연이어 취직한 학원강사 자리 역시 오래 버티진 못했다. 체포 당시에는 직접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학원생은 단 한 명의 남학생뿐이었다.
충분히 엘리트 인생을 살 수도 있었을 상황. 가쓰누마 씨는 왜 이렇게 황당한 행각을 벌이며 추락하게 됐을까. 그가 학원강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동료강사는 “가쓰누마가 정신적으로 미숙하다는 걸 자주 느꼈다”고 말했다. 동료의 말에 따르면, 가쓰누마는 공부는 잘했을지 몰라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굉장히 서툴렀다.
가쓰누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모친의 심정은 어떨까. 그런데 뜻밖에도 모친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반색했다. “피해자 여고생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 모친은 “아들은 성인여성과의 대화를 무척 어려워한다. 그래서인지 어린 여고생 쪽이 정신적으로 대하기 편한 것 같다. 아들의 이번 체포는 긴 안목으로 봤을 때 본인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냉정히 말했다.
한편, 사건이 보도되자 몇몇 네티즌들은 “그가 미남이었어도 과연 체포됐을까?” “악수로 체포되는 세상이라니. 언제 신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또 “악수권이 있으면 체포되지 않았을 텐데. 단지 여고생과 악수를 하고 싶은 거라면, 아이돌그룹 AKB48의 CD를 산 후 악수회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며 대안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 팬미팅 ‘악수회 사건’ AKB48 행사 중 피습 걸그룹 AKB48 악수회 현장. 후지TV 프로그램 ‘메자마시 텔레비전’ 캡처. 악수회는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팬미팅의 일종으로 아이돌 멤버들이 팬들과 직접 만나 악수를 하는 이벤트다. 보통 CD를 구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악수회를 여는데 얼마 전에는 악수회 도중 칼부림피습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5월 25일 일본 인기 걸그룹 ‘AKB48’ 악수회에서는 20대 남성이 칼을 휘둘러 멤버 2명과 스태프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피습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멤버와 스태프는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