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중계를 준비하는 3사의 전략은 서로 다르다. 캐스터 김성주를 중심으로 안정환과 송종국이 해설을 맡은 MBC가 ‘호흡’을 강조했다면 조우종 아나운서와 이영표가 만난 KBS는 ‘전문성’을 노린다. SBS는 ‘안정’이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캐스터를 맡고 차범근이 해설자 석에 앉았다. 3사 중계진은 이달 초 일제히 브라질로 향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14일보다 3~4일 먼저 현지에 도착해 나름의 적응훈련을 하기 위해서이다. 시차도 관건이다. 브라질은 우리보다 12시간이 늦다.
# 송종국-안정환 콤비플레이
MBC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함께 출연했던 송종국 해설위원, 김성주 캐스터, 안정환 해설위원(왼쪽부터)을 월드컵 중계에 투입했다. 사진제공=MBC
김성주는 3사 캐스터 가운데 실전 경험이 가장 많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7년 독일월드컵을 경험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MBC 축구대표팀 중계는 그가 맡았다. 올해 소치 동계올림픽의 주요 경기 중계까지 맡으면서 ‘적임 캐스터’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덕분에 김성주는 3사 캐스터 가운데 인지도와 지명도가 가장 높다. 이런 자신감으로 MBC는 3사 중 유일하게 3인 해설 체제를 도입했다. 한·일 월드컵 성공 주역인 안정환, 송종국이 해설자로 처음 나선다.
김성주는 이들과의 호흡을 두고 “역할 분담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공격수인 안정환과 수비수 송종국은 각자의 포지션에 입각해 ‘맞춤형 해설’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특히 김성주와 이들 해설자는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 ‘아빠 어디가’에서 함께 출연하며 오랫동안 신뢰를 나눴던 사이. 축구 중계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예능에서 이미 친분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장기와 개성도 파악했다.
다만 김성주가 짚은 ‘걸림돌’은 경쟁사 해설진, 그 중에서도 독일월드컵에서 함께했던 차범근 해설위원과의 경쟁은 그에게 부담이다. 김성주는 브라질 출국 전 가진 간담회에서 “차범근 위원 없이도 시청자가 김성주의 중계를 지켜봐 줄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라며 “2006년에는 차범근 위원 덕분에 MBC가 잘 됐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 캐스터 입장에서 해설자의 중요성과 역할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함께 떠난 안정환은 “솔직히 말하면 차범근 위원보다 축구를 더 잘 설명하는 게 목표”라며 “시청률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욕심이 크다”고도 했다.
# 꾀돌이표 해설 ‘기대 만발’
KBS의 조우종 캐스터(왼쪽)와 이영표 해설위원. 사진제공=KBS
조우종 아나운서는 KBS가 최근 치르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를 도맡으며 그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안정된 진행과 정확한 경기 판단이 그의 최대 장기로 통한다. 시작은 런던올림픽이었다. 이어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경험을 이었고 브라질월드컵 메인 캐스트로 발탁되면서 기대를 더하고 있다.
KBS는 오랫동안 서기철, 최승돈 아나운서의 안정된 중계로 월드컵을 포함해 스포츠 중계에서 시청자와 돈독한 신뢰를 나눠왔다. 방송가에서는 그 바통을 조우종 아나운서가 받았다고 보고 있다. KBS는 이번 월드컵 중계 캐치프레이즈로 ‘세대교체’를 내걸었다. 노하우를 발판으로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조 아나운서가 앞선 선배들과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예능 감각’이다.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을 비롯해 <나 혼자 산다>, <풀하우스>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활약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영표의 해설도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까지 현역 선수로 뛴 그는 3사 해설진 가운데 ‘실전감각’이 가장 높은 상황. 이미 몇 차례 참여한 국가대표팀 평가전 해설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 ‘해설 차붐’ 이어갈까
SBS의 배성재 캐스터(왼쪽)와 차범근 해설위원. 사진제공=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3사 캐스터 가운데 꾸준히 ‘축구공부’를 해왔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 첫 중계를 맡았고 2011년부터 4년째 매주 축구전문 프로그램 <풋볼매거진 골!>을 진행하며 감각을 익혀왔다. 그렇게 쌓인 축구 지식과 노하우, 인맥도 상당하다. K리그는 물론 해외 리그 중계를 맡아 경험도 축적했다. 특히 그는 중계가 없는 날에도 종종 축구장을 찾아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감각을 익힌 것으로 유명하다. 축구계에서 쌓은 인맥의 힘도 이런 적극성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SBS 중계가 관심을 끄는 건 해설을 맡은 차범근 위원의 참여다. 배 아나운서와 차 위원의 인연은 6년 전 처음 시작됐고 이후로도 꾸준히 만나 축구를 포함해 다양한 세상사에 대해 얘기하며 친분을 나눠왔다. MBC와 KBS가 캐스터와 해설자의 호흡을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반면 SBS는 이미 쌓인 두터운 신뢰 속에 브라질로 향하는 이점을 안은 셈이다.
두 사람은 4월 유럽을 직접 찾아 한국과 조별 예선을 치르는 벨기에, 러시아의 경기를 관람했다. 우리와 경기를 치르는 각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현장에서 분석하고 중계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서였다. 아직 월드컵은 개막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만드는 시너지는 일찌감치 감지되고 있다. 한·일 월드컵 선전을 이끈 히딩크 감독과 독일의 축구 영웅 베켄바워가 SBS 월드컵 중계를 응원하는 광고에 참여해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BS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BS 한 관계자는 “방송사 중 가장 먼저 4월에 중계 장비를 브라질 현지로 보내 스튜디오 시설을 갖췄다”며 “기술은 물론 질적으로 다른 중계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