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삼성그룹 내 화학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따라서 그룹 사업재편으로 화학 부문이 오너 3세 중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제공=호텔신라
삼성종합화학은 지난 9일 삼성석유화학과의 합병에 따라 이부진 사장은 지분율 4.95%(282만 2017주)로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고 전했다. 이 사장 외에 삼성종합화학의 개인 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0.97%(55만 3210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은 합병 후에도 삼성종합화학의 개인 최대주주 직위는 유지하게 됐지만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크게 떨어졌다. 합병 전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33.19%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의 화학부문도 이 사장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어 받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합병된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지분율은 37.28%(2127만 2689주)이다. 이어 삼성테크윈이 22.73%, 삼성SDI 9.15%, 삼성전기 9.04%, 삼성전자 5.29%, 삼성정밀화학 3.06%, 제일모직 3.94%, 제일기획 0.2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의 건설 계열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로 지분 7.18%(1154만 7819주)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삼성생명 4.65%(747만 7267주), 이건희 회장 1.37%(220만 6110주)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삼성SDI는 전자부문이고, 삼성생명은 금융 계열사로 이재용 부회장이 맡고 있다.
물론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고문을 맡으며 삼성물산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지분을 통한 지배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사업재편에 속도를 가하며 이건희 회장 이후 후계 승계를 위한 마지막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유통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패션 분야를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는 남은 계열사는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와 건설·상사부문의 삼성물산 등이다. 그리고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화학 계열사를 맡게 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삼성종합화학 합병으로 인한 지분 변화만 보면 화학부문을 이부진 사장이 맡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삼성종합화학 합병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화학 계열사의 실적 시너지를 1차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면서 “오너 3세의 지배구조 변화와 연결 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