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으로 언론이 가장 많이 찾는 부동산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박원갑 박사가 4년 만에 쓴 책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를 통해 지난 세월의 상흔을 보듬고 더 이상 부동산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제 예전의 호황을 뒤로하고 경제의 잠재 성장률 하락, 주택 보급률 확대, 부동산 주요 소비층인 베이비부머의 은퇴 그리고 젊은층의 주택 구매력 약화 등 여러 요인들이 산적하며 대한민국 부동산도 바야흐로 저성장체제로 접어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격동의 시장 속에서 한낱 개미에 불과한 우리들이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거래에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사례와 조언을 담으려 애썼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개인이 스스로가 똑똑하게 행동할 것 같아도 대부분 ‘상황의 힘’에 무너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시류를 따르는 단기적인 투자 지침이나 미래 예측을 담기보다 부동산 시장에 깔린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로 보여줌으로써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도록 돕는다.
왜 여자들이 아파트를 좋아하는지, 왜 전문가들까지 호가에 휘둘리는지, 왜 우리는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에 더 민감한지, 왜 자기가 산 집은 장점만 보이는지, 왜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은 다 비슷한지, 왜 다들 자기가 사는 동네가 최고라고 생각하는지 등등 주변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들을 간단한 심리학 이론들을 적용해 쉽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부동산을 투자재로만 바라봐온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제공하고, 투자자와 실구매자, 집주인과 세입자, 30대 젊은 층과 베이비부머 이상의 연령층 등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젊은 층이라면 기성세대의 왜곡된 부동산 인식을 따르지 말고 스스로 생각의 틀을 마련하기를, 이미 절망을 경험한 하우스 푸어라면 조금이나마 치유의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과 심리를 결합, 분석한 국내 최초의 경제교양서이면서 대중을 향한 진정 어린 조언을 담은 부동산 치유서이기도 하다.
알에이치코리아. 1만 5000원. 320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