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니슨은 연기파 배우다. 영국 출신 배우로 캠브리지 퀸스 칼리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리암 니슨은 지난 76년 연극 <The Risen People>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뒤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나타샤 리처드슨 역시 연기파 배우였다.
그렇지만 요즘의 리암 니슨은 액션 배우의 굴레에 완전히 빠져 있는 듯한 분위기다. 적어도 국내 영화팬들은 그렇다. 리암 니슨을 <테이큰>의 주인공으로만 기억하며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모두 <테이큰> 류의 액션 영화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 수입사들 역시 리암 니슨이 출연한 액션 영화를 수입하기 바쁘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 주연’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영화 <논스톱>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논스톱>의 국내 포스터 역시 영화 제목 위에 ‘<테이큰> 리암 니슨’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기대 이하라는 평을 받았던 <테이큰2>를 비롯해 <테이큰> 개봉 이후 그가 출연한 국내 개봉 영화마다 늘 홍보 문구는 ‘<테이큰> 리암 니슨’이었다.
그나마 <논스톱>은 <테이큰> 이후 가장 그의 액션 연기가 잘 살아 있는 영화다. 전직 경찰로 항공수사관으로 근무 중인 빌(리암 니슨 분)은 비행 도중 협박 내용이 담긴 의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즉각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그의 파트너로 역시 승객으로 가장해 비행기를 타고 있던 동료 항공수사관이 마약 밀매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협박 내용처럼 20분에 한 명씩 승객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범인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인은 수사를 진행 중인 빌로 압축된다. 빌은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입증하는 동시에 승객들 가운데 숨어 있는 진범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만 범인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 새로운 희생자와 또 다른 20분이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비행기 안에서 20분 간격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게다가 빌이 딸이 세상을 떠난 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이혼을 하고 경찰을 그만 둔 뒤 항공수사관이 됐다는 설정은 리암 니슨에게 연기파 배우로서의 저력을 보여줄 최고의 캐릭터 설정이 됐다. 술에 의지하는 편이고 내성적이라 조금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빌의 캐릭터는 최고의 경찰 출신 항공수사관으로 범죄에 대항하려는 빌의 캐릭터에 더해져 복합적인 내면 연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리암 니슨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를 잘 표현해 낸다.
아쉬움은 영화 종반부에 등장하는 범죄의 실체다. 제한된 공간이자 제한된 인원만 탑승한 비행기 안에서의 살인사건은 추리물의 기본적인 설정 가운데 하나인 ‘밀실살인’이다. 게다가 치밀한 계획 하에서 벌어지는 한 번의 밀실 살인이 아닌 20분마다 반복되는 ‘연쇄살인’이다. 범인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빌 역시 그런 20분마다 벌어지는 살인 사건 가운데 하나의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완벽해 보이는 범죄의 실체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 비밀이 풀릴 때까지의 흐름을 리암 니슨의 연기력이 탄탄하게 붙잡아주고 있는 형태다.
그렇지만 영화 종반부에 등장한 범인의 실체와 치밀해 보이던 범죄의 계획은 너무나 허술하다.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지 궁금해 하던 관객들에게 너무나 안타까운 결말이다.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보다 막판에 힘이 탁 풀려버린 느낌이랄까. 논스톱으로 달려오던 영화가 결말부에서 힘없이 스톱해버리는 듯 한 느낌이라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문 제목은 <Non-Stop>, 러님타임은 106분이다.
@ 줄거리
비행기를 자주 타는 직업이라는데, 그럼에도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극도의 불안함을 엿보인 빌, 사실 그는 항공수사관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투자해 신설한 항공수사관은 총을 지니고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인 것처럼 비행하지만 사실은 비행기 납치 등의 범죄 행각에 맞서는 게 하는 일이다.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항공수사관으로 탑승한 빌은 내부 통신망을 통해 누군가에게 “1억 5천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20분마다 한 명씩 죽이고 항공기를 폭파시키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는다. 즉각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지만 확인된 입금 계좌는 바로 빌의 명의였다. 그리고 거듭된 협박 상황은 마치 총을 가지고 탑승한 빌의 비행기 납치 행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누군가 빌을 모함하며 범죄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실제로 20분 뒤 첫 희생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정말로 20분마다 한 명씩 살해당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심지어 밀실인 비행기 내부에서도 밀실인 조종석의 조종사까지 살해당한다. 분명 범인은 비행기 탑승 승객 가운데 한 명이지만 빌은 좀처럼 범인의 곁에 다가가지 못한 채 범인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된다. 과연 빌은 범인이라는 누명을 벗고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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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영화 <논스톱>은 리암 니슨의 리암 니슨에 의한 리암 니슨을 위한 영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릴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범죄와 스릴러는 다소 실망적이다. 그렇지만 이런 빈틈을 리암 니슨의 완벽한 연기력이 어느 정도 채워내는 데 성공했다. 만약 리암 니슨처럼 연기파 배우가 아닌 연기력은 조금 아쉽지만 스타성이 빼어난 배우가 출연했다면 아쉬움이 무척 컸을 수도 있는 영화다. 리암 니슨이기에 그나마 봐줄 만한 영화가 됐다는 점에서 ‘리암 니슨 표 스릴러 액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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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영화가 시작해 85%가량 진행될 때 까지는 매우 흥미진진한 스릴러 영화다. 여기에 리암 니슨의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져 영화는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그렇지만 영화 종반부에 등장하는 범죄 행각의 실태는 다소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상상을 초월하는 치밀한 범죄 행각,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말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리암 니슨의 연기력, 결말은 허술하지만 밀실인 비행기 내에서의 연쇄 살인이라는 기막힌 설정은 분명 나름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