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노후대책’이다. 방송에서는 장르를 막론하고 ‘노년’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시청률 또한 뜨겁다.
100세 시대가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30대부터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도 들려오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돈, 친구, 취미활동, 건강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아내 이은영 그리고 시인의 모친 박덕성 할머니가 함께 쓴 <나는 참 늦복 터졌다>는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노년’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책은 여든이 넘어 더 이상 집에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해 병원에서 지내게 된 박덕성 할머니가 아프다는 하소연, 억울하다는 한탄,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바느질을 시작하고 한글을 깨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 과정과 90년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시인의 가족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효자, 효부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노인 부양, 황혼 육아, 치매, 독거노인까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노인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결혼 30년 만에 비로소 모든 관계에서 평화를 얻었다는 이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지니는 한계와 지속 가능한 새로운 ‘가족상’을 만날 수 있다.
푸른숲. 1만 3500원. 240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