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 김한길(왼쪽), 안철수 공동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새정치연합이 13일 밝힌 주요 신임 당직자는 △사무총장 주승용 의원 △전략홍보본부장 김재윤 의원 △정책위의장 우윤근 의원 △인재영입위원장 유인태 의원 △수석대변인 유기홍 의원 △대표비서실장 박수현 의원 △전략기획위원장 송호창 의원으로, 안철수 공동대표를 보좌하는 문병호 비서실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교체됐다.
당초 새정치연합 당직 인선 발표는 6월 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안철수 대표 측은 후폭풍을 염려하듯 발표 직전까지도 말을 아꼈다. 내부에서는 청와대 개각 발표와 맞물려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분위기도 나왔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의 한 고참 당직자는 “조용하고 무난한 인사였다고 본다. 시기적으로도 청와대 개각이나 문창극 총리 후보자 소식에 묻히고 있다”라며 “김 대표가 계파 안배를 고민한 대목이 엿보인다. 지난해처럼 ‘친노 배제’ 이야기가 되풀이됐다면,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 인사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소리가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번 신임 당직자를 계파별로 살펴보면 김한길계(주승용)·김두관계(김재윤)·김근태계(유인태)·안희정계(박수현)·범친노(유기홍) 등 다양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김한길호’를 띄울 당시 친노계를 원천 배제했고, 타 계파로는 유일하게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최원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중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손학규계를 배제했다는 뒷말이 새나온다. 실제 당 안에서는 발표 직전까지도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손학규계인 조정식 의원이 유력하다는 말이 많았지만 안철수 대표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에게 돌아갔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의 경우 한때 손학규계로 분류됐지만 이후 여야 개헌 모임을 주도하는 등 독자적 행보에 나선 케이스다. 새정치연합 창당 초반 불거진 계파 분석 문건에서도 그는 ‘기타·중도’로 분류돼 있다.
굳이 계파를 따지지 않더라도 복수의 야권 관계자들은 당 지도부에서 손학규 고문 측 인사들을 주요 당직 및 7월 재보선에서 적극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한다. 이는 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갈등, 그리고 오는 7월 재보선 공천을 앞둔 견제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손학규 고문 측은 6·4 지방선거 때 당 지도부를 비토해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아예 당내에서 손학규 고문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도 나왔다. 지방선거 다음날인 5일, 안철수 대표 측근인 오홍근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선거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판에 한쪽에선 힘 빼는 소리를 했다. 당의 기강이 이래선 안 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홍근 최고위원이 언급한 ‘힘 빼는 소리’란 손학규 고문이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 “수도권만도 시간이 없어 (호남 지원 유세에) 갈 생각을 안 했다. 광주·호남은 누가 돼도 우리 식구다”라는 발언이다.
안철수 대표 측이 손 고문 측을 견제하는 것은 오는 7·30 재보선 수도권 공천 과정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많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올해 들어 처음 국회 출입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재보선 공천 원칙과 관련해 “중진들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언급키도 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조차 “안 대표답지 않게 과감한 워딩(말)이었다”라고 전할 정도다.
앞서의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제부터 새정치연합 안에서 무슨무슨 계파라느니, 어색한 동거라느니 하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 이 구도를 직접 깨지 않고 안 대표에게 미래가 있겠느냐”라며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당연히 차기 대권을 위해 20대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원내에 많이 확보해야한다. 이번 7·30 재보선이 그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 측은 수도권 재보선에서 손학규계와의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하는 동시에 부산·경남(PK) 지역에서도 지분 형성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 안 대표 측은 중앙당에 부산시당 지역위원장 ‘5 대 5’ 배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은 옛 민주당 출신이 18곳 중 16곳에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창당 과정에서 완전히 해체돼 공석으로 남아 있다.
새정치연합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위원장 인선은 시당이 아니라 중앙당에서 임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부산은 야권 내에서는 친노계를 비롯해 민주당 출신 인사들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안철수 대표 쪽에서 5 대 5를 관철시키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