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밀양 송전탑 농성장을 찾은 문재인 의원(오른쪽 두번째). 연합뉴스
일단 수도권은 시민단체 출신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권 맹주로 떠올랐다. 박 시장은 친노계는 물론 당과도 거리두기를 통해 독자적 노선을 걷는 중이다. 새정치연합 지지기반인 호남은 안철수 대표를 재신임한 상황이다.
부산·경남(PK) 지역은 아직까지 친노계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선거 이후 친노계 인사들이 부쩍 ‘탈원전, 탈핵’ 이슈에 반응하는 것도 최근 PK 지역 주요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친노계 적자’이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문재인 의원이 탈원전 이슈에 적극 동참할 움직임을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8일 문 의원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후보와 함께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방문했다. 6·4 지방선거 지원유세 이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4년 넘게 지속돼 왔던 밀양 송전탑 농성장은 지난 11일 경찰 3개 중대와 여경 1개 제대, 한전 직원 250여 명이 투입돼 하루 만에 철거당했다.
문 의원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 담화 당시에도 별도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진심으로 안전을 얘기하려면 세월호 이상의 위험을 안은 노후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계 그룹이 탈원전 이슈를 선점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 역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주요 공약으로 내 걸어 전선이 분명하지 않다.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조석 한수원 사장은 “고리 1호기는 전혀 문제없다. 적어도 2017년까지 정상 운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번 정권에서 원전 폐쇄 조치와 같은 가시적 결과를 이끌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원전 문제를 지역 이슈로 접근했다가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석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 산업자원부 원전산업기획단장으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에 지대한 공을 세우면서 정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다.
과거 산자부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흔히 이명박 정부가 원전 신화를 썼다고 하지만 원전 산업의 싹을 틔운 것을 노무현 정부였다”며 “친노 인사가 탈핵을 주장하면 관련 전문가들이 웃는다. 원전 산업은 정치권 로비가 비일비재했고 여야 모두에 깊숙하게 결탁돼 있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결코 자유롭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