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도들의 검거를 위해 경기도 안성에 있는 구원파 본산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수배자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포위망을 친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금수원 2차 압수수색을 앞두고 있던 지난 10일. 검찰은 경기지방경찰청에 ‘일출 시 금수원 체포 작전을 실시하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유병언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와준 것으로 파악되는 구원파 관계자 ‘18명’의 명단을 넘겨줬다. 검찰이 혼자서 체포하기는 어려우니 체포를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체포 작전 지시를 받은 경찰은 11일 오전 5시부터 63개 기동중대, 정보형사 등 ‘6000여 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을 금수원 인근에 집결시켰다. 이윽고 오전 8시부터 검찰과 함께 금수원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유혈 충돌’까지 불사하겠다던 금수원 내 구원파 신도들은 결국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검찰에 문을 개방했다.
검경 병력이 투입되고 1시간 30분쯤 지난 뒤, 구원파 신도 최 아무개 씨(44)가 검찰에 체포됐다. 최 씨는 유 전 회장이 사진작업실로 사용하던 예배당 2층 사무실 등 내부 시설을 안내하던 중 검찰 수사관의 신원 확인을 받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최 씨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경찰 지휘부는 최 씨가 왜 붙잡혔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검찰이 전달한 체포 대상자 18명 중 최 씨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 뿐만 아니라 경찰은 최 씨의 신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왕좌왕하던 경찰은 2시간이 지나서야 “최 씨가 검찰의 수사대상에 포함돼 긴급체포된 것”이라며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주의 한 장례식장 CCTV에 찍힌 유병언 전 회장 추정 인물. 연합뉴스
이렇듯 유 전 회장에 대한 검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의 ‘엇박자’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검찰이 경찰을 파트너로 보지 않고 정보를 혼자만 쥐고 있는 게 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여러 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음이 급한 검찰이 혼자서만 ‘무리수’를 두고 있고, 이것이 유 전 회장 검거작전이 장기화 되고 있는 대표적인 요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검찰의 계속된 무리수는 유 전 회장이 순천 포위망을 뚫고 전남 해남으로 이동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을 때도 이어졌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지난 8일 오전 9시쯤 구원파 신도가 운영 중인 해남군 마산면의 우정영농조합을 압수수색했다.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검찰은 경찰에 사전 협조를 구했지만, 수색을 고작 ‘한 시간’ 앞둔 시점에 연락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를 막기 위해 포위망을 구축하기엔 상당히 부족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지난 11일 금수원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모여든 구원파 신도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 전 회장 검거 작전에 대대적으로 동원된 서울, 경기,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내부와 현장에서 뛰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이러한 불만은 더욱 크다고 전해진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정보가 없어 수사를 하면 이미 검찰이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매번 정확한 상황 파악 없이 검찰이 뒤늦게 불러주는 정보로 출동을 하다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검문검색 현장에서 만난 한 경찰 관계자는 “구원파 신도들 차 번호 위주로 검문검색을 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모르겠다. 핵심적인 정보는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검찰은 핵심 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정보가 새고 있다”는 의심을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원파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내부 조력자’가 있다는 의혹을 심각하게 품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 회장이 계속 검찰 체포를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어 검찰 내부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즉 정보를 일선 경찰들까지 공유하기에는 불안하고 공유를 하지 않자니 검거에 한계가 있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렇기에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해야 할지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결국 신출귀몰한 유 전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추적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경찰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이 필요할 때만 경찰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현 구조보다는 같은 배를 탔다는 파트너십이 더욱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아무래도 검찰은 초반부터 유병언을 단순한 경제사범 정도로 인식한 것 같다. 그만큼 거물급이고 종교지도자이니 ‘당연히 소환하겠지’ 하면서 점잖게 대우하다가 막상 소환에 불응하고 작정하고 도피까지 해버리니 굉장히 당황하고 갈팡질팡한 것이다. 아무리 검찰 특수통이라고 해도 지명 수배자를 쫓는 것은 현장 베테랑 경찰들의 노하우를 못 쫓아갈 듯싶다. 검경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검찰, 유병언 처가 압박중 권씨 3남매는 ‘행방’ 알고 있다? 유병언 전 회장의 행방을 놓친 검찰이 최근 유 전 회장 처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유병언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64)를 구속했다. 트라이곤코리아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건설회사다. 검찰은 권오균 대표가 경영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유 전 회장 일가에 회사 자금을 몰아주면서 수십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처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처가 쪽에서 은밀하게 조력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처가 쪽에서는 장남 대균 씨의 도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가 쪽을 흔든다면 행적이 묘연한 유 전 회장과 대균 씨와 관련한 정황을 찾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권윤자 씨는 구원파 교단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구원파 창시자인 권신찬 목사의 딸이지만, 남편인 유 전 회장과는 달리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원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윤자 씨는 구원파 내부에서 복음 활동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구원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정황을 일부 포착할 수 있다.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이 진행한 ‘해마토센트릭 리더 교육’ 세미나에서 핵심 측근은 “유 전 회장은 설교자를 원하지 않고, 시인, 사진작가도 원하지 않으며 사업가로 명예회복을 원한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기에 “복음 전하는 건 사모님(권윤자 씨)에게 위임”이라는 문구도 함께 명시되어 있다. 앞서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권윤자 씨는 ‘꿈사랑’(꿈같은 사랑으로 추정)을 외울 정도로 유 전 회장의 의중을 전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95년 출간된 책 <꿈같은 사랑>은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과 연루된 유 전 회장이 징역 4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당시의 심정을 기술한 책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권 씨가 유 전 회장이 설교 자리에서 물러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구원파 교단 내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권 씨는 구원파 의사들로 하여금 신도들에게 ‘피에 대한 설명’을 하라고 지시를 하기도 했는데, 유 전 회장이 ‘피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그동안 상당히 강조했다는 점에서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따랐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탤런트 전양자 씨의 남편이자 세모그룹 핵심 계열사로 알려진 국제영상의 대표를 역임했던 권오현 씨(64·구속)도 유 전 회장 일가의 부정 축재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역시 권윤자 씨의 동생이다. 검찰의 ‘권 씨 3남매’의 대한 수사가 가시화된 가운데 유 전 회장 부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 |
수사력 낭비 비판받는 까닭 경기도 경찰이 순천까지 주먹구구식 출동 유병언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체포 작전이 적극적으로 펼쳐지면서 경찰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지역 구분이 되지 않아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이 유병언과 측근들 체포작전에서 한발 늦은 출동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금수원 내부에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지난 4일 경찰은 서울 도곡동에서 유 전 회장 처남 권오균 씨(64)를 긴급 체포했다. 또 같은 날 새벽 서울에서 구원파의 헌금을 관리해 온 이 아무개 씨(57)의 신병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을 체포한 건 서울 지역 경찰이 아닌 인천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들로 밝혀졌다. 수배자로 오른 측근들의 소재지를 정확히 몰라 검찰이 수배자별로 담당 경찰서를 지정하다보니 인천 경찰이 서울까지 올라와 측근들을 체포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순천에서 유 전 회장과 함께 전주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됐던 유 전 회장의 운전사 양회정 씨 역시 마찬가지다. 양 씨는 전주에서 빠져나와 금수원으로 도주했지만, 정작 해당 지역을 담당해야 했던 경기 광역수사대장은 당시 순천에서 사건을 계속해서 지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순천으로 경찰 병력이 대거 몰리다보니 정작 ‘구멍’이 생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배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면서 당장 눈에 띄는 곳에만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며 “수사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