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몇몇 핵심 친박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의 사이를 갈라놨다며 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참 괴롭다. 내가 만으로 63세다. 나이도 그렇고 정치, 정당 경력도 오래됐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당에 끼친 공로 등으로 볼 때 이제는 내가 당대표를 맡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서청원 의원은 이미 10년여 전에 당대표를 하지 않았나. 나에게도 서 의원이 ‘내가 미쳤느냐. 10년 전에 당대표를 했는데 이번에도 하게?’라고 말해서 서 의원의 당대표 출마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서로 박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론이 다른 것인데 서 의원은 예순이 넘은 나도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친한 선배의 행보에 서운한 건가.
“서운하다기보다는 선배로서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도와주면서 나를 밀어주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중간에 있는 사람들 입장이 난처해졌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시킨 원조 친박 좌장이고 서 의원은 원로 친박 좌장이란 말을 듣는데, 친박 인사들이 중간에 서서 곤란하지 않겠나. (서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해서) 많은 사람에게 괴로움을 끼칠 필요가 없는데….”
―당권에 도전하면서 ‘미래론’을 내세웠다. 본인이 생각하는 미래형 정당은.
“어떤 결심이 설 때에는 모두 계기란 것이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가 조선업 세계 1위, 해운업 세계 5위임에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 사고의 발생 이유가 아직까지 뿌리 뽑히지 않은 부패문화 때문이라고 본다. 탐욕에 눈 먼 어른들 때문에 말 잘 듣는 착한 학생들이 희생돼 괴롭고 죄인이 된 심정이다. 이를 계기로 나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과거와 미래로 나눠서 과거에 잘못된 정치 문화를 고치고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부터 전당대회서 출마기자회견도 혼자 당사에 가서 하고 사무실 개소식, 출정식 등도 안했다. 구태정치인 세몰이, 줄세우기도 안한다고 했다.”
“사람들을 모아서 뽑아달라고 웅변하는 것은 미인대회 선발 아닌가. TV 토론을 통해 결판을 내야 한다고 본다. 내 철학과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
지난해 10월 화성갑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청원 의원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김 의원은 서 의원과 당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박은숙 기자
―김 의원은 서울·충청권에서는 취약하다는 평이 있다. 당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대책이 있나.
“한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결과를 봤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1인 2표로 조사했고 그중 당원과 비당원을 구분해 놓은 형식이었다. 조사 결과에서 내가 모두 1등을 했다. 단 한 곳도 진 곳이 없었다. 누구는 충청도 출신 후보들이 충청도에서 세력이 많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 여론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오거돈 후보라는 인물이 강하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의 안일한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부산 시민들이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싫증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내가 이기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박근혜 마케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로 당이 이렇게 자생력이 없어졌나 싶어 부끄러웠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공신으로서 현 정부가 비판받는 것에 대해 책임감이 남다를 텐데.
“한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 내가 대선의 총괄 책임자였고 결국 (선거에서) 성공했다. 박근혜 정부에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인사를 부탁한 적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당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켜왔다. 그런데 그 후부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연락이 안 되더라. 친박 핵심 의원 몇 명이 저희들끼리만 모여 나를 비박으로 밀어냈다. 속으로 서운하다 못해 분하더라. 내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공이 큰 사람인데, 김 실장도 ‘너 아니었으면 어려웠다’고까지 했는데 그럴 수 있나 싶었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부가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고 하고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난해서 몇 달간 아예 말을 못하겠더라.”
지난 8일 김무성 의원이 내달 14일 열리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종현 기자
―김기춘 비서실장과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김 실장과 손에 꼽히는 몇몇 핵심 친박들이 자기들끼리만 독점하려고 한다. 나를 모함해서 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각을 세울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 목표가 정권 재창출인데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성공의 방법론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박 대통령이 잘 되기 위해서는 옳은 소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핵심 친박들은 대통령이 모든 일을 하도록 조용히 엎드려 있자는 식이다. 정권이 시작된 후 김 실장과 손에 꼽히는 몇몇 친박 핵심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내 사이를 갈라놨다. 예를 들어 근현대사 역사교실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강연한 날이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날이었다. 나는 그날이 박 대통령의 순방 날인줄 몰랐고 그 날짜도 내가 잡은 것이 아니라 비서들이 잡은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일각에서 내가 대통령 임기 6개월밖에 안 된 데다 첫 해외 순방을 나가는데 자기 계보 출범식을 보란 듯이 열었다는 식으로 나를 모함하더라.”
―다른 인터뷰에서 김기춘 실장의 수직적 상하관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안정을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임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김 실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을 분명히 바꿔야 한다. 김 실장은 당을 청와대 밑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 실장은 당의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한 분인데 청와대로 가더니 당을 지시하고 인사와 공천에 개입하고 그런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집권 여당의 당 대표도 대통령과 정례회담을 한 번도 못 하고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왔다. 정당은 청와대와 대등한 입장에서 할 말은 하고 민심을 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당도 스스로 당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우선 목표인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며 박 대통령이 잘 되기 위해서는 옳은 소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의외였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언론인 출신이 총리를 지냈던 경우는 거의 전례가 없었다. 하지만 문창극 후보자는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다. 소신이 강하고 점잖고 구악이 없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조직의 장은 안 해본 사람이기도 하다. 총리는 부처 간 거중조정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가교역할, 국민 앞에 서서 당당하게 설득할 수 있는 웅변 능력도 지녀야 한다.”
―문창극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이 거세다.
“종교인이 종교 집회에서 한 말로 특별한 분위기에서 한 것이다. 하지만 발언 내용은 문제가 있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에 가기 전이라도 국민 앞에 직접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의 소명과 해명을 확실히 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고 해서 본인의 실체가 뭔지 국민 판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민도 그러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당대표 자리는 대권으로 가는 길목이다. 역시 최종 목표는 ‘대권’인가.
“나 스스로 대권주자로서는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권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조화와 맞는 인물이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일이라기보다는 먼 후일이라고 보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도 우리가 최선을 다해 1등한 사람을 밀어주자고 했고,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나오면 당연히 그 사람을 밀어주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정권 재창출이 더 우선 아닌가.”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김무성 패밀리 처음엔 아들 연예인 반대… 지금은 모니터링 해줘 ^^ 지난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라 정치에 입문한 김무성 의원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당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20년간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는 1남 2녀를 둔 가장이기도 하다. 가족들에게 어떤 남편, 어떤 아버지였을까.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자신을 “나쁜 남편, 나쁜 아빠”라고 정의했다. 김무성 의원 아들 고윤 김 의원은 최근 둘째 딸의 교수 임용 특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 방송은 S 대학교에 최연소 나이로 재직하는 교수가 김 의원의 딸이라는 사실과 함께 김 의원이 지난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당시 S 대학 총장의 증인 채택이 안 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교문위 국정 감사에서 일반 증인채택을 하는데 S 대 총장은 수십 명의 증인 중 한 사람이었다. 결국 여야 간사 간의 합의가 안 돼서 수십 명 모두 증인 채택이 안됐다. 만약 내가 압력을 넣었다면 S 대 총장만 안돼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딸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RISD라는 세계 1위 디자인 대학을 나왔고 맨해튼의 프랫(Pratt Institute)에서 석사를 했다. 홍익대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당시 S 대에서 교수 공모를 하는데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젊은 교수를 뽑는다는 방침이어서 딸이 합격됐다. 딸이 이 일로 상처를 많이 받아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을 겨우 말렸다.” 김 의원의 아들 또한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외아들이자 막내인 김종민 씨는 현재 ‘고윤’이라는 예명의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에 나와 얼굴이 알려졌고 현재는 MBC <호텔킹>에 출연 중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들을 탐탁지 않아 했었다고 한다.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는데 처음 1학년 마치고 한국에 와서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후로 아들이 방황을 해 일찍 군대에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하고 나더니 연기자를 한다고 하더라. 반대했더니 화내면서 울더라. 아내도 딸들도 아들 얘기에 충격 받아서 울고. 결국은 내가 아들에게 졌다. 그 대신 절대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나와의 관계를 알리면 손해를 볼지 모르니 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예명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며 연기자 준비를 하더라. 이후에 드라마에도 나오고 하는데 웬만하면 학교는 마쳤으면 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아들의 연기자 생활이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그는 “주변에 아들이 연예인이라는 말은 안했는데 보궐선거 때 같이 투표할 때 사진이 찍히면서 들켜버렸다”면서 “내가 보기에 아들이 연기가 좀 부족하더라.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내가 피드백을 해준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