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축구 경기 중 양측 팬들의 집단 난투극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축구장에서 발생한 난투극으로 헬리콥터까지 출동했다. 8일 브라질 남부에 위치한 조인빌레에서 아틀레티코 파랜세와 바스코 다 가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도중 흥분한 관객들이 서로를 공격했고, 수백 명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이에 경기장에 배치된 경찰들은 고무탄 총을 발포하며 진압했다. 싸움과 진압 과정 중 머리를 크게 다친 중상자가 발생해 헬리콥터가 경기장에 착륙해 환자를 이송했다. 이날 벌어진 난동으로 경기는 한 시간 이상 중단됐다. 아틀레티코 파랜세와 바스코 다 가마의 경기는 원래 아틀레티코의 홈구장인 쿠리티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같은 해 있었던 팬들의 대규모 난동에 대한 벌로 조인빌레로 옮겨 열렸던 것이다.
지난 5월에는 팬이 변기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변기 가격 사건’은 브라질 동북부 헤시피에 있는 아루다 경기장에서 일어났다. 브라질 프로축구 2부리그의 산타 크루즈와 파라냐의 경기가 일대일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선수들의 열기 못지않게 팬들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일촉즉발의 상황. 결국 경기장 밖에서 양측 팬들 사이에 싸움이 붙었다. 싸움은 점점 커져 팬들은 인근 화장실에서 변기를 뜯어와 서로를 향해 던졌다. 이중 한 명이 변기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후 모두가 현장을 달아나 경찰은 가해자를 찾지 못했다.
다소 소소한(?) 유혈사태는 셀 수 없이 많다. 2005년 10월에는 상파울루 지하철 역 앞에서 팔메이라스와 코린티안스 응원단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고 한 남성이 총을 맞고 숨졌다. 불과 하루 뒤에도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상파울루 인근 모이제스 루카렐리 축구장 앞에서 상파울루 팀 응원단 15명이 프레타 팀 팬 한 명을 집단 구타하여 숨지게 했다.
2008년 12월에는 싸움을 말리던 경찰이 쏜 총에 한 축구팬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상파울루 대 고이아스 전을 관전하기 위해 원정을 온 상파울루 팬 헤수스는 경기장 밖에서 고이아스 팬들과 싸움을 벌이게 된다. 경찰은 사태 진압을 위해 나섰고,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헤수스를 향해 발포했다.
경기장 관객들의 난투극으로 경찰이 투입되기도 했다. 사진은 MBC 뉴스 화면 캡처.
비슷한 일은 불과 4개월 전에도 있었다. 산투스를 응원하는 한 남성 팬이 상파울루에 원정 경기를 보러 갔다. 산투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 남성은 경기 후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지나가던 상파울루 팬 15명에 의해 쇠파이프로 집단 구타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남성은 결국 숨졌다.
브라질 축구는 ‘그 선수에 그 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2011년에는 한 선수가 상대편 선수를 향해 ‘쿵푸킥’을 날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일이 벌어졌다. 19세 이하 선수들의 경기인 BH컵에서 바스코 다 가마와 스포르트 헤시피 선수들은 경기 시작 직전 몸싸움을 벌였다. 스포르트 헤시피의 골키퍼 구스타보는 상대팀 선수의 목을 ‘날라차기’로 가격했다. ‘쿵푸킥’에 당한 엘리벨튼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후송됐다. 후에 알려진 바로는 엘리벨튼의 부상은 다행히 그리 크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화해했다고 한다.
2012년 6월에는 선수 12명이 집단 퇴장당하는 진기록이 수립되기도 했다. 브라질 4부 리그 보투포란겐세와 페르난도 폴리스와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페르난도 폴리스의 선수가 거친 플레이를 하자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2대 1로 지고 있던 상황인 페르난도 폴리스의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보투포란겐세의 선수들도 뛰쳐나가 양 팀 선수들은 10분 이상 난투극을 벌였다. 싸움이 진정되고 주심은 선수 11명에게 추가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선수들은 축구를 잘 못해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 2월 상파울루에 있는 월드컵트레이닝센터에는 코린티안스 팬 100여 명이 철망을 뚫고 난입했다. 코린티안스가 최근 저조한 경기 성적을 보이자 감독과 선수 등을 직접 혼쭐내러 온 것이다. 이 팀의 스트라이커 파올로 게레로는 팬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목을 졸리는 등의 ‘굴욕’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엽기적인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 사랑을 볼 수 있을까? 답은 미지수다. 월드컵 개최를 비판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전의 축구사랑으로 비롯된 유혈 사태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브라질 국민들의 냉담함을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야하지 않을까.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