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요신문DB
“알제리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
러시아전에서 가장 잘한 선수는 기성용 한국영 구자철이었다. 젊은 선수들이라 자신감이 붙으니까 전체적인 게임을 주도해 나가더라. 만약 손흥민의 골이 전반전에 터졌더라면 후반전은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박주영이었다. 물론 손흥민에게 공격 기회를 주기 위해 러시아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공간을 열어준 점은 칭찬받을 만 했지만, 원톱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미흡했다.
이런 러시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제리와 벨기에전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알제리는 벨기에한테 1-2로 패했기 때문에 우리와의 경기에선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제리를 이끄는 바히드 하릴호지치 감독은 상대팀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분이다. 2005년 트라브존스포르를 맡았을 당시에도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등 강팀들과 맞붙어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을 정도이다. 상대팀 전술에 맞는 ‘맞춤형’ 선수 기용을 잘하고, 선수 장악력이 탁월하다. 히딩크 감독처럼 그라운드에선 팀 플레이를 선호하는 편이라 선수 한두 명이 튀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벨기에-알제리전을 보면서 하릴호지치 감독이 조직력을 탄탄하게 만들어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특유의 고집과 카리스마를 무기로 튀는 걸 좋아하는 알제리 선수들을 매끄럽게 조율해 나갔다.
알제리는 강팀을 상대로 조금 움츠러들었다가 공격시에는 양쪽 사이드를 이용해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들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도 알제리의 사이드 공격에 준비를 해서 나와야 한다.
알제리는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팀이라 그들의 골문을 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이 나야 한 골 차이 싸움이다. 우리 팀의 포백 라인을 좀 더 단단히 만들고 러시아에서 보여준 것처럼 수비 4명이랑 미드필더에서 뛰는 기성용, 한국영이 밸런스를 잘 맞춰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승산이 있다.
단, 걱정스런 부분은 러시아전처럼 알제리나 벨기에전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산뜻(?)해 보일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23일 열리는 알제리전은 서로 1승을 제물로 삼는, 피할 수 없는 한 판이다. 러시아전처럼 자신감 있게 밀어 붙이면서, 수비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A 씨
“한국보다 만만한 팀은 한 팀도 없다”
FIFA 랭킹 57위인 한국이 상대할 팀들 중 만만한 팀은 단 한 팀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전처럼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던 홍명보 감독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팀 알제리를 상대했을 때, 수비에 치중하면서 신중하게만 경기를 진행시킨다면 역습을 당하기 쉽다.
6월 11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대표팀이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 페드로 바소 경기장에서 첫 공식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알제리 선수들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됐다. 벨기에전에서 패하긴 했어도, 그걸 그들의 전부라고 폄하하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그들의 역습에 대비하면서도 조직력이나 수비 밸런스를 깨지 않고 90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러시아전에는 이청용, 손흥민이 안쪽으로 들어와 플레이하면서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사이드 쪽에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며 파괴해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세트피스 등 공격 옵션을 바꿔 상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알제리전에서 패하면 한국의 16강 진출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벨기에가 최강이라고 봤을 때, 우린 알제리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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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