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병원 백승호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손은 인류의 역사와도 함께 한다. 성인의 뼈는 총 206개이다. 이 중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 즉, ‘손바닥만한’ 기관에 25%의 뼈가 포함되어 있다. 손이 정교한 이유이기도 하다. 손은 14개의 손가락 뼈, 5개의 손바닥 뼈, 8개의 손목뼈로 구성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미세 혈류가 분포되어 있어 인체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섬세한 손이 저리는 현상은 왜 생길까?
사람에게 손은 노동의 기본 요소이며 생명을 유지하도록 돕는 충실한 섬김이의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능력범위 이외의 기능을 하게 되고 원치 않던 병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 서민들에게서 한번쯤 경험하는 손저림은 삶을 열심히 사는 증거물이 되기도 한다.
손저림 증상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정확한 병명은 수근관증후군이라고 한다. 수근관은 손목에 뼈와 인대가 지나가는 통로를 이야기하는데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눌려 손저림과 같은 감각이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손이 저리다”, “감각이 없다”는 다소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며 주관적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증상은 첫째 손가락에서 넷째 손가락 까지 저림이 나타나며 자다가 깨든지 물건을 쥐고 있다가 손이 저려 오래 쥐고 있지 못하고 손을 털어야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래 방치하면 손바닥 근육이 위축이 오고 손가락 감각이 사라지며 힘이 없어지는 합병증이 발생한다. 손에 힘이 없어지면 계단을 오르거나 차에 탈 때 손의 힘이 없어 몸을 당겨 올리지 못함으로 낙상하는 사고로 이어져 대형사고의 위험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증상이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을 권유한다. 심한 경우 간단한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나 너무 오래 방치 시 합병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봄과 가을 한번은 확인하고 지나가야 할 질병이다
반복적인 사용 시 보조기를 착용하든지 손목 스트레칭을 통해 손목 관절의 피로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모든 질병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병중에는 게을러서 생기는 병이 있고 과도하게 사용해서 생기는 병이 있다. 운동을 하지 않아 생기는 병이 비만 관련 질환이라면 너무 열심히 살아서 생기는 병이 손목 터널 증후군이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중 이런 분들을 볼 때 그들의 삶이 달라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존경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아무튼 병은 어떤 원인이든 위험한 것 들이다. 우리네 서민들의 병, 손저림이 없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위해 쉴 수 있는 여유있는 삶. 그런삶이 우리현실에 유토피아로 여겨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현실이 되었으면 싶다.
인천백병원 백승호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