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정치혁신모임이 마련한 ‘6·4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유리한 조건임에도 완승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현 기자
지난 17일 오후,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는 새정치혁신모임(준)이 마련한 ‘6·4지방선거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모임에는 강기정 박수현 오영식 윤관석 윤호중 이목희 전해철 조정식 최재성 홍의락, 이렇게 모두 10명의 개혁성향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윤관석 의원이 맡았으며 오영식 의원이 모임을 대표해 발제에 나섰다. 이밖에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발제자로, 대선 패배 이후 야당 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국 서울대 교수,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임종석 서울정무부시장 내정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 내용상 ‘비난의 화살’이 모아질 김한길 공동대표는 인사말만 하고 급히 자리를 떠나 눈길을 끌었다.
해당 토론에 참석한 발제자와 패널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대며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패배’로 규정지었다. 대표 발제에 나선 오영식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권책임론과 심판론이 급부상했지만 기존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의 통합이 어떤 효과를 내지도 못하고 도리어 내부 주도권 다툼과 공천갈등으로 통합효과가 상쇄됐다”며 “사실상 새정치연합은 민심을 담아내지 못했다. 후보들은 높은 지지도를 받았어도 정당지지율은 이에 비해 격차가 크다”고 자책했다.
조국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박원순 착시효과’로 명명했다. 그는 “확실히 유리한 조건에서 더 이길 수 있는 선거였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다. 사실상 패배”라며 “일종의 박원순 착시효과가 있었다. 박원순, 안희정 등 유력 인사들이 이겨서 마치 선거에서 이긴 것처럼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성한용 기자도 “야당은 세월호 참사의 반사효과와 광역단체장 후보의 개인적 역량으로 그나마 이런 결과를 낸 것”이라며 “한마디로 새정치연합의 최대치와 새누리당의 최소치가 만난 결과”라고 보탰다.
가장 흥미를 끈 내용은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이었다. 참석자들 대다수는 ‘컨트롤타워 부재’를 꼽았다. 이는 선거 직후 야권 내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어온 사안 중 하나였다. 토론회 직전 만난 야권의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진들에 대해 선거운동과 전략자문에 나설 지역을 할당해 줬다. 하지만 새정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오합지졸이었다”며 “이는 지난 대선 패배 직후에도 첫 손에 꼽힌 요인이었다. 이번엔 전략본부 자체가 무용지물 수준이었다. 한 걸음도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자책했다.
이 당직자 지적과 같이 새정치의 지방선거 운동 현장에선 웃지 못 할 사건도 발생했다. 인천 지역 선거운동 때는 박지원 의원과 문재인 의원의 동선이 겹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대구 지역에선 김부겸 당시 후보의 요청으로 대구에 방문한 당 지도부 인사와 중진들이 다시금 발걸음을 되돌리는 일까지 있었다. 적절한 컨트롤타워의 조치만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들이었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이번엔 상황실이 사실상 없었다. 당 지도부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 것이다. 선거판에 서로 누가 온지도 몰랐다. 겨우겨우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해 가면서 지원을 나서는 형국이었다”며 “새정치의 이번 지방선거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카카오톡’이었다”고 비꼬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