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매수혐의’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선거 비용 35억 3749만 원을 반환해야 하지만 납부율은 0.3%에 그쳤다. 일요신문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무효된 자 등의 보전비용 등 미반환 현황’에 따르면 2014년 3월 25일 기준으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2008년 교육감 선거,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까지 6번의 선거 동안 반환 대상자 총 211건, 반환 대상 금액은 229억 26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납부 금액은 83억 1900만 원에 불과했다. 납부율은 36.2%.
가장 많은 반환 대상 금액으로 기록된 선거는 제5회 지방선거의 교육감 선거였다. 단 4명이 반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86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여기에 2008년 있었던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 1명이 28억 8500만 원을 반환해야 했다. 두 번의 교육감 선거에서 5명이 총 114억 9000만여 원을 반환해야 했던 것이다. 교육감 선거가 더욱 더 ‘구멍’으로 지목되는 까닭은 높은 반환 금액에도 불구하고 납부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2번의 교육감 선거에서 반환해야 하는 114억 8000만여 원 중 1억 원가량만이 반환됐을 뿐이다. 납부율은 0.9%로 1%도 채 되지 않는다.
중앙선관위의 ‘미반환 현황’ 자료는 반환 대상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은 기존의 공개 자료와 대조해 주요 대상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사연’과 납부 현황을 살펴보자.
지난 2012년 9월 27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사후매수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 판결에 따라 곽 전 교육감은 보전 받은 선거 비용 35억 3749만 원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하지만 지난 6월 12일 기준으로 반환액은 단 1292만 원(납부율 0.3%)에 그쳤다. 35억 원의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곽 전 교육감뿐만 아니라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이원희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인사비리 문제로 실형을 선고받아 징역 4년이 확정돼 보전받았던 비용 28억 8515만 원을 반환해야 하지만 반환액은 3791만 원(납부율 1.3%)에 그쳤다.
이원희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선거 사무장이 등록되지 않은 선거사무원 37명에게 수당으로 1800만여 원을 준 게 적발되면서 보전 비용을 반환해야 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배우자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입증될 경우에도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31억 3716만 원을 반환해야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4년여가 흐른 현재 7100만 원(납부율 2.3%)을 반환했다. 이 후보는 매달 300만 원씩 반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를 뺀 원금만 계산해도 이 속도로는 87년가량이 걸려 완납은 불가능해 보인다.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
반환 대상 금액을 1건당으로 나눠 봐도 교육감 선거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19대 총선은 8건의 반환 대상이 발생했고 그 금액이 10억 8600만 원이었다. 이 중 3명이 납부 완료했고 납부액은 3억 6700만 원(납부율 33.7%)이었다.
가장 높은 납부율을 보인 선거는 제4회 지방선거였다. 86건의 반환 대상이 발생해 28억 1500만 원을 반환해야 했다. 이 중 68명이 반환을 완료했고 금액으로는 24억 4600만 원(납부율 86.8%)이 반환됐다.
한편 선관위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확정판결이 나면 관할 세무서에 징수 위탁을 한다. 세무서에 돈을 받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반환 방법에 대해 “관할 세무서로 징수위탁 협조 요청을 하면 그 쪽에서 해당 후보의 재산을 점검해 압류 처분을 한다”며 “만약 연금 등의 고정으로 받는 돈이 있다면 그 돈을 선관위가 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징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지방선거 강원춘 전 경기교육감 후보가 15억 7000만 원을 반환해야 하지만 징수 불가 판정을 받았다. 징수 불가 판정은 선관위가 징수 위탁한 관할 세무서가 해당자의 재산이 없다고 판정하는 경우다. 즉, 징수를 받을 수 없다는 확정을 내린 상태다. 국민 ‘혈세’로 보전해줬지만 영원히 돌려받지 못한 채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이 같은 징수 불가 판정액은 6번의 선거를 통틀어 35건, 28억 9900만 원으로 총 반환 대상 금액 대비 12.6%에 달한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의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은 37억 3300만 원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이상 득표한 후보는 3명으로 조희연 당선인과 문용린, 고승덕 후보였다.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까지 모두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100억 원이 넘는 큰 금액이다. 서울시 교육감 한 곳만으로도 100억 원이 넘는데 전체 선거구에서 확대해보면 보전해주는 비용은 천문학적 금액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선 후 일정 기간 선거 보전 비용 지급 시한을 현행 2개월에서 6개월로 유예하자는 의견이 있다. 비용 지급 후 당선 무효형 처분을 받은 해당자에게 반환 요청을 해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사범의 공소 시효가 6개월인 만큼 선거 비용 보전 시한도 그에 맞춰 현행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자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