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부인과 함께 지방선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사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의는 급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뇌물수수 사건, 뒤이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 사후매수 사건 등을 거치며 선거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빈번했다. 유권자들 역시 선거 때마다 교육감 무소속 후보 난립에 따른 ‘깜깜이 선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새누리당 정치개혁특위는 교육감 선거 개선 문제에 관해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정개특위 간사를 맡은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막상 6·4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관련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사실 새누리당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올바른추대위)’라는 기구를 만들고 후보단일화 작업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여당 측과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올바른추대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진보 진영 단일화 기구인 ‘범민주추대위’ 활동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깊숙이 관여하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물밑에서 적극 협조했다면 새누리당은 원칙만 강조하며 여의도연구원 자체 여론조사 결과조차 공유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결국 보수 진영은 강원(김선배), 대구(우동기), 경남(고영진), 단 3곳에서만 단일화에 성공했다. 단일화 경험 부족에 따른 결과였지만 그 기저에는 집권여당의 외면이 있었다. 앞서의 올바른추대위 인사는 “사실 보수 진영이 단일화를 못한 것은 2010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는 (16곳 가운데 10곳에서) 보수 교육감이 이기지 않았나. 새누리당은 이겼을 때는 아무 말도 않고 있더니, 막상 이번에 참패하더니 ‘보수 후보들의 분열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라며 딴청을 피운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관해 새정치연합과 전교조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주민자치라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6·4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교육감 선거만큼은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수 교육감의 패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색깔론에 의존해 진보 교육감 당선을 봉쇄하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맞선 여권은 교육감 직선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와 진보 교육감들의 편향적 이념 등을 지적하며 군불을 때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특히 뜻을 모아야 할 관련 시민단체들부터 새누리당 이중성에 울분을 터트리는 실정이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19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학생과 교육이 중심이어야 할 학교가 정치권 중심의 이념 투쟁장이 됐다. 꼭 폐지되어야 한다”라면서도 “새누리당은 필요할 때만 찾지, 평소에는 보수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좋은 집안에 스펙 높은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인지 우리 활동가들을 무시하고 협조하지 않으려고 한다. 야권을 보면 시민단체 활동가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당으로 영입해 다들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뒷걸음질을 친다”고 비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