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범행수법은 고전적이었으나 치밀했다. 백 씨 등은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광주지역 도로에서 렌터카 등을 이용해 역주행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과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뒤 한방병원에 입원하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역할 분담이 확실했다.
조폭 12명과 고등학생 6명, 대학생 1명, 회사원 3명, 택시기사 1명까지 총책과 바람잡이, 렌터카관리 등으로 철저히 자기 역할에만 충실했다. 최대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승용차 탑승 최대 인원인 5명을 채우려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접근해 수고비를 미끼로 사기극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백 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총 11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내는 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보험설계사 경력이 있는 조폭이 낀 일가족이 10년 동안 17억 원대의 보험사기를 저지르다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보장성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경미한 질환임에도 입·퇴원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낸 혐의(상습사기)로 무속인 이 아무개 씨(여·56) 자매를 구속하고 조카인 현직 조폭 김 아무개 씨(37) 등 일가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2002년 11월부터 무려 10년 동안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고혈압, 당뇨, 무릎염좌, 위궤양 등의 병명으로 전국의 병원을 떠돌며 허위 입원해 모두 26개 보험사로부터 17억 원 상당의 보험을 가로챘다. 이들의 범행은 참으로 뻔뻔했다. 이 씨의 남편인 서 아무개 씨(62)는 2004년 3월 교통사고로 인한 허리장애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이를 거절했다. 허리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서 씨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씨는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해 끝내 2억 3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보험사는 서 씨가 허리를 자유롭게 구부리는 장면을 촬영했음에도 민원에 따른 감사를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보험금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이 씨 일가족이 받아낸 보험금 총액만 33억 원이 넘었는데 이중 보험사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된 것만 17억 원에 달했다. 대부분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가족들이었지만 엄청난 개수의 보험에 가입한 덕이었다. 이 씨 등은 10년간 246건의 보험에 가입해 개인당 최고 192만 원의 월납입금을 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족의 총 월납입금은 1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한방병원 등에서는 교통사고로 내원하는 환자들에 대해 구체적인 진료 등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입원치료를 하고 있어 대다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오고 있다”며 “병원 등의 보험금 청구 자료 분석을 통한 감독기관의 철저한 지도 감독이 시급하다. 갈수록 지능화되고 대담해지는 보험범죄에 대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